[기고]시급한 '아동학대 피해 중증장애아동 응급보호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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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4   |  발행일 2020-06-15 제25면   |  수정 2020-06-14
[기고]시급한 아동학대 피해 중증장애아동 응급보호처
김인아 대구장애인 권익옹호기관장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 5월초,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요청으로 장애아동에 대한 응급 보호를 실시하게 됐다. 이 아동은 중증장애로 지적장애와 조현병 증상을 보이고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부모는 양육 스트레스와 자녀와의 갈등으로 인해 심리적인 면에서 아주 불안정한 상태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등교가 어려워지고 부모와 자녀가 가정에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차 갈등이 커졌고, 급기야 아동학대가 발생해 응급 보호 상황에 이르게 됐다.


5월 연휴가 시작되면서 보호 시설에 연락을 취하는 것마저 어려워져 밤늦게라도 당장 응급보호처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증장애아동에 대한 응급 보호는 생각보다 무척 힘들다. 아동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응급 보호가 어려우면 전국으로 입소 가능한 응급보호처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아동이 심한 도전적 행동이나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 행동 성향을 보이면, 단체생활이 어려워 일반 쉼터나 단기 보호시설에 입소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학대가 일어난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는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아동은 코로나19로 인해 신속한 응급 보호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그 어떤 병원이나 시설에 입원 및 입소가 어려워 잠시 머무를 곳도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응급 보호 현장에 출동한 112지구대 경찰관들과 구청 사례관리사,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상담원이 원 가정에서 장애아동을 보호하며, 종합병원 응급실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코로나19 검사와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병원 의료진까지 합심하여 힘겹게 응급보호처가 마련되었고, 아동은 안전한 공간에서 치료받고 쉴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설치되기 전에는 굿네이버스와 같은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장애아동의 안전과 인권지킴이 역할을 전적으로 담당했다. 2017년부터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전국에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설치되어 장애인 학대 대응 전문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는 각 지역별로 설치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사례 유형에 따라 협업과 연계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양 기관의 협력 아래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중증장애아동의 응급 보호다. 특히, 필자가 근무하는 대구지역 내 장애아동 응급 보호를 위한 쉼터가 0개소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의하면, 국가는 장애아동이 다른 아동과 등등하게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하도록 증진, 보호 및 보장하고, 장애인의 천부적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증진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학대 피해 중증장애아동의 인권이 보장되고 그들의 안전한 삶이 대구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행정당국의 적극적 예산 지원이 수반되어 전문적 인력을 갖춘 응급 보호처가 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인아<대구장애인 권익옹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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