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안전속도 5030' 정책, 속도만 줄이면 능사인가?

  • 서민지
  • |
  • 입력 2020-06-03  |  수정 2020-06-02 17:10  |  발행일 2020-06-03 제2면
내년 4월 시행 예정..."도로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대구시  안전속도 5030 정책, 속도만 줄이면 능사인가?
16일 대구 도심을 동서(東西)로 관통하는 달구벌대로를 달리는 차들.(영남일보 DB)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이른바 '안전속도 5030'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운전자가 안전운전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도로 여건 개선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는 '안전속도 5030' 도입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대구지역 9개 지자체(및 대구시 및 8개 구·군)를 비롯한 전국 140개 지자체 시설 개선사업에 217억원을 지원한다고 2일 밝혔다. 안전속도 5030은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도심부 차량 속도를 일반도로는 시속 50㎞로,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30㎞ 이하로 각각 낮추는 게 핵심이다.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은 사고 건수 및 사망자 수 감소 등 실효성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경찰청에서 안전속도 5030을 도입한 전국 68개 구간을 대상으로 시행 전과 후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 건수는 13.3%, 사망자 수는 63.6%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도는 교통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일 뿐인 점에 비춰 '속도 제한'만 시행해선 교통사고 감소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속도제한(시속 30㎞)이 담긴 '민식이법'이 악법이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도심부 일반도로의 전반적 속도 하향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택시기사 박모씨(53)는 "운전 중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갑자기 보행자가 고라니처럼 튀어나올 때"라며 "운전자가 아무리 교통법규를 잘 준수하더라도 이런 경우엔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따라서 교통안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도로 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속도5030 설계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교통안전 선진국인 유럽의 경우 도시부 도로 설계 때 차량 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 공간을 배려하고 버스정류장, 주차면, 식재, 벤치·조명 등 공공디자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횡단보도 위치와 폭원, 신호교차로와 비신호 교차로 설계에 대한 원칙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우리나라 5030정책은 노면 및 도로표지, 단속 카메라만 설계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미국 교통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유럽 시스템인 교통안전 5030정책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엔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유수재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교수는 "도로 중간중간 식수대·보행섬을 설치하는 등 도로 자체를 시속 50㎞로 달릴 수밖에 없게 설계해 놓은 외국 사례를 참조해 '여기는 빨리 달릴 수 없는 도로'라는 점을 운전자가 몸소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정책 수용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서민지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