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서중(달성군 옥포읍) 교사들이 코로나19로 등교가 계속 연기되고 있는 학생들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담은 문구를 인근 아파트에서 잘 보이는 1·2학년 교실 창문에 붙여 두었다. |
△신은경= 장점은 진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한국사회 과목의 경우 4개 단원인데, 1개 단원이 곧 끝난다. 오프라인이었으면 나도 모르게 말을 많이 붙였을 건데, 진도는 정말 빨리 나간다. 단점은 개념학습이 있고 활동학습이 있는데, 처음엔 둘 다 시키다가 토론이 있어서 쌍방향이 안돼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개념학습만 하고 활동학습은 등교 뒤에 하겠다고 했다. 이걸 못하는 것이 치명적이라고 본다. EBS 강사를 우리가 어떻게 따라가겠나. 모여서 배우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모방이다. 친구 따라 배우는 것이 크다. 피드백이 없는 것은 수업이 아닌 인강(인터넷 강의)이다. 본질을 놓치는 것 같다.
온라인 수업 장단점
'조용히 해라' 등 불필요한 소모 안해
조곤조곤하게 수업해도 잘 따라와줘
협업·체육·음악 활동은 다소 제한적
플랫폼으로 다양한 시도 못해 아쉬움
개념학습 진도 빨라, 활동학습은 연기
역사과목 토론없이 진행, 평가로 대처
영상 녹화보다는 쌍방향 플랫폼 좋아
자발성 어떻게 끌어낼수 있냐가 관건
e학습터·밴드 혼합 좀 더 편해하는듯
화상수업과 에피소드
교사 성향 따라 부진아 격차 양극화
지적 많이 하기보다 칭찬할수록 인기
상호작용 잘 되고 공평한 기회 제공
부진할땐 다른 아이 모르게 개별쪽지
과학 장비로 직접 실험, 몰입도 높아
선생님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 더 원해
주말내 영상제작·편집 작업 1인 다역
△전미옥= 즉각적인 피드백이 안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역사 과목이어서 진도는 정말 빠르다. 토론 없이 지나가다 보니 평가로 대처한다. 토론에서 볼 수 있는 반박에 반박이 없다. 또 정해놓은 플랫폼 용량이 작아 큰 건 올라가지 않는다. 그리고 교사는 쪽지를 보낼 수는 있는데, 학생들은 특정 교사에게만 보낼 수 없다. 전체 교사에게 다 날아가는 시스템이라 제대로 활용하지 않더라. 아쉬운 대목이다.
△배한무= 어떤 플랫폼을 쓰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수업의 80% 이상을 쌍방향으로 하고 있는데, 굉장히 좋은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 수업밖에 되지 않는다. 영상녹화보다는 쌍방향이 좋다고 본다.
△박정미= 앞으로는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쌍방향 수업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전미옥= 스태프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두 반을 동시에 불러 한 교사는 수업을 하고 다른 교사는 학생들 관리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배한무= 옆 반을 편입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경태= 이러다 보면 일타 강사가 되는 것 아니냐.
△홍영심= 교실수업 개선을 위해 연수를 받고, 교육청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 아이 인강 보니까 휴대폰 들고 모니터 보면서 수업을 하는데, 나도 저렇게 수업 받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수업은 조금 결이 다르지만, 만들어진 수업 틀을 갖고 수업을 한다면 그동안 교사들의 소신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인강을 보면서 자발성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이 자발성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중요한 관건인 것 같다. e학습터를 사용하는데, 한계도 있는 것 같다. EBS온라인클래스도 장단점이 있다. 과제방도 만들고 했는데, e학습터와 밴드를 혼합하니까 아이들이 좀 편해했다. 카톡 활용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좀 더 활용이 쉽고 편한 시스템이 나올 것으로 본다. 문제는 모둠 수업을 못하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은 가장 교육적인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김민중= 장점은 좋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본다. 학생들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단점은 온라인 수업을 아무리 잘해도 부진아가 생긴다. 학교에서는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대면이 없는 상황에서 부진아에게는 당장 한계가 있으니까 등교하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수업을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수업환경이 다른 곳에서 아이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화상 수업 때와 다른 모습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등교 후 온라인 수업 활용
교육 방법 폭 확대, 노하우 적용될 듯
학교에는 학생이 있어야 진정한 교육
아이들 이렇게 기다려 본 적 없는 듯
마스크 수업·방역, 기대 반 두려움 반
교육부 매뉴얼 지침 벗어날 경우 불안
교사 주도 학습 다양성 존중할 필요
▶학생들과 직접 화면으로 대면하면서 수업하는 화상수업은 어떻게 보는지. 에피소드가 있다면.
△배한무= 말썽꾸러기들도 온라인을 통해 만나니까 단점이 좀 가려진다. 대신 노트정리 하는 부분은 장점이 드러난다. 이 같은 새로운 측면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 또한 온라인 수업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대신 부진아 격차는 양극화되는 것 같다. 이를 지도하는 방법이 적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교사의 성향에 따라 양극화된다. 이건 장단점보다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화상수업에서는 지적을 많이 하는 교사보다 칭찬을 많이 하는 교사가 인기 유튜버가 되는 것 같다. 따라서 지적보다는 칭찬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교실에서는 어려운데, 온라인에서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다 불러준다. 특히 상호작용이 더 잘 될 수도 있다. 교실 수업에서는 발표 잘하는 아이가 주도를 하는데, 화상 수업은 공평한 기회가 제공된다.
△임성무= 화상수업을 한 뒤 학습 부진한 아이만 남겨서 따로 얘기한다. 개별 쪽지를 보내 다른 아이는 모르게 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오프라인에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방과후 수업 이후 화상으로 할 필요도 있다. 또 아이들은 교사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e학습터부터 모든 방송 강의 다 들어봤다. 하지만 이건 교육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교사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며칠 전 과학실험 수업 중 기존 영상을 보여주면서 했는데, 과학실에서 장비를 갖고 와서 직접 하니 아이들 몰입도가 엄청 높았다. 옆 반 교사에게 얘기해서 다음날 똑같이 했더니 대박났다고 했다. 틀에 짜인 수업은 나도 속도 조절을 못하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따라가겠나.
△김경태= 일타 강사가 있더라도 선생님이 더 좋다고 하는 것은 상호작용 때문이다.
△신은경= 콘텐츠만 활용해서 올리는 것과 뭐라도 직접 만들어서 올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봤는데, 'EBS 영상만 제공한다' 'EBS 영상과 학습지를 제공한다' '교사 자체 제작 영상과 학습지를 제공한다' 질문에 학생들은 교사 자체 제작 영상과 학습지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BS가 깔끔하고 좋지만 학생들은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제공 받기를 원한다. 나도 처음에는 EBS 영상을 걸고 글로 수업(1시간짜리 시나리오 워드로 쳐서)했지만 설문을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 반 아이들 대상으로 별도 설문도 했다. 그때부터 수업은 계속 내가 직접 제작한 영상으로 했다. 영상에 잡음 들어가는 것이 싫어 학교에서는 영상 제작을 안 한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 일요일 꼬박 작업한다. 영상은 먼저 시나리오를 쓰고, 그에 맞는 파워포인트와 사진을 첨부한다. 이후 화면을 띄워놓고 녹음한다. 처음엔 편집이 안 돼 3~4번씩 했다. 이후 14만원 주고 편집기를 샀다. 영상에 틈이 있는 게 싫어 다 잘라낸다. 0.5초 단위로 다 잘라낸다. 편집에 하루 종일 걸리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피곤함도 잊는다. 이렇게 이틀 꼬박 준비한 영상이 고작 15~ 20분짜리다. 7분 이상 영상은 e학습터에 올릴 수 없어 네이버 카페를 이용한다. '질문하기'가 바로 있어 아이들 글이 쇄도한다. 댓글 다는 데만 하루 2~3시간씩 걸린다. 오늘은 차담회 때문에 댓글을 못 달고 있다. 방송 강사들은 스태프가 다 있어 편하지만, 우린 스태프도 없이 교사 혼자 1인 다역을 한다.
▶이제 곧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다. 그동안의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배한무= 교육적인 방법의 폭이 넒어질 것 같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혹서기나 무더위에 한 번씩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공간을 넘어 가능했기에 평소에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온라인 수업 시기까지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노하우가 분명 활용될 것이다.
△박정미= 영상 안 찍던 교사가 영상을 찍게 되고,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래도 학교에는 학생이 있어야 된다. 오프라인 수업이 중심이어야지, 온라인 수업이 중심이 될 수는 없다. 모의고사 시험지를 드라이브 스루로 전달할 때 교정에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꽃이 피면 뭘하나 애들이 없는데, 애들이 있어야 학교지'라고. 그런데 지금은 학생들을 기다리던 교사들이 방역활동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니 두려움도 반이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김민중= 솔직히 아이들이 등교해서 자칫 코로나19가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이 학교와 교사에게 갈 것 같아 두려움이 적지 않다.
△신은경= 지금까지의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스며들 것 같다. 다 들어가지 않더라도 옆에 있을 것으로 본다. 시험지 준다고 드라이브 스루 했는데, 1시간으로 정해 뒀지만, 2시간 이상 기다리는 선생님도 있었다. 처음 본 아이들이 너무 좋았다. 길게 얘기도 못했는데 짜릿한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아무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고 본다.
△전미옥= 온라인 수업을 통해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목소리만 나갔지만 그나마 친근해진 것 같다. 올해 지금 학교에 첫 부임해서 첫 시간 아이들에게 보여줄 PPT를 만들었는데, 나를 소개하면서 이 학교에 온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30년 교사 생활 중 이렇게 애들이 보고 싶은 건 처음이다. 다사중 아이들이 순박하다고 하는데 빨리 보고 싶다.
△홍영심= 온라인 소통도 있지만 고립된 아이도 있다. 고립감을 느끼는 것이 걱정이 돼 카톡으로 상담창구 열어 뒀지만 반응이 별로 없었다. 선생님 몇 분이 학교 교실 창문에 '얘들아 보고 싶다' '선생님이 기다릴게' 등의 문구를 붙여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서로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 곁에 있다는 것, 흑백의 출력물이지만 아이들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등교를 해도 걱정이 앞선다. 6~7시간 마스크 쓴 채로 버텨줄지 걱정이지만 오프라인에서 함께 수업하길 기대하고 있다.
△김민중= 오늘 e클래스에도 글을 남겼지만, 내가 이렇게 아이들을 기다려 본 적 있었나 싶다. 매년 3월이면 누가 부진한지만 생각했는데, 앞으론 생각이 조금 바뀔 것 같다. 아이들을 직접 만났을 때 뭔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김경태= 특수학급 학생 중 유일하게 한 명만 페이스북과 카톡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학교에만 있었으면 스스로 정체성을 잘 찾지 못했을 것인데, 방문 수업 잠깐 하면서 교사로서 내가 살아있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아쉬운 점은 교육당국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을 모두 획일적으로 하나하나 정해서 준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교사주도 학습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다양성 이 존중돼 학교운영에도 민주적인 모습이 담기길 바란다.
△임성무= 오늘 우리 반 아이들한테 6월1일(이후 6월8일로 연기)개학하면 따라야 할 매뉴얼을 보여줬더니 오프라인 등교하기 싫다는 말이 나왔다. 개학을 하면 교사나 학생들 모두 방역 때문에 굉장히 불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동적인 장면 만들어내지 못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촘촘한 매뉴얼 때문에 교사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의사들도 의료사고를 내는데, 의사들이 의료사고가 겁나서 의료행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국면에서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신뢰가 없으면 교사들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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