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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쌍방향 화상수업에 접속한 가운데 정지애 침산중 특수교사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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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2차 온라인 개학을 맞은 동천초등 노하민양이 집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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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6일 오전 황금중 교무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온라인 출석을 확인하고 있다. 정우태기자 w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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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도초등에서 6학년 교사가 개학을 대비해 책상에 칸막이를 설치한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고1~2, 중1~2, 초4~6학년 학생들이 개학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2차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16일 다행히 큰 혼란은 피했지만 크고 작은 문제는 남았다. 일선 교사들은 원격 수업을 통해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 역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서버 과부하로 인한 플랫폼 마비, 온라인 콘텐츠 부족, 학습 효율성 저하 등 미비점 보완이 온라인 개학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적응 중인 중학교
'e 학습터' 접속자 몰려 로그인 지연
교사들, 영상 제작·편집 어려움 호소
비대면수업 소통한계 여전히 걸림돌
◆원격 수업에 적응해나가는 중학교 교실
16일 오전 수성구 황금중 교무실. 교사들은 마스크를 낀 채 자리에 앉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e-학습터' 화면에는 학급별 출석률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했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황금중의 경우 쌍방향이 아닌 사전에 교사들이 제작한 영상을 올리고 학생들이 일정에 맞춰 수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1교시당 참여시간은 총 45분으로 15분간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나머지 30분은 형성평가, 교과서 읽기 등 학생 스스로 학습활동을 하도록 돼 있다. 한원경 황금중 교장은 "학생들이 부담 없이 재밌게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정해진 시간에 동시에 접속하지 않아도 되고 교칙으로 정한 일정 시일 안에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 출석이 인정된다. 실시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학습 효과는 높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황금중 교사들이 온라인 개학을 맞는 자세는 남달랐다. 난생처음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15분여 영상을 만드는데 며칠씩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잠을 포기하고 영상제작에 매달린 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판서는 파워포인트(PPT)로 대체됐고, 직접 설명하던 목소리는 녹음을 거쳐야 전달이 가능하다.
1학년1반 담임인 구자영 교사는 "일주일에 5개의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파워포인트 제작과 녹음, 편집까지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출석확인과 소통 등 비대면 방식의 한계는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한다. 오전 내내 출석이 0%인 학생들에겐 담임교사가 연락을 취하도록 돼 있다. 이날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메신저와 댓글, 전화 등으로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2학년5반 담임 정수철 교사는 "학생과 대면하는 게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제일 걱정이다. 제 뜻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어 더 많이 연구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수업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학급도 소외 없이
일부 '줌' 앱 활용 쌍방향 수업 진행
개인 역량에 맞는 난도의 문제 풀이
몇몇 학부모, 옆에 앉아 도와 주기도
◆특수학급 소외 없는 온라인 교육
16일 오전 10시40분 대구 북구 침산중 특수학급 교실의 컴퓨터 모니터가 정지애 특수교사와 학생 6명의 웃음 띤 얼굴로 꽉 찼다.
정 교사는 정식적으로는 4일째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줌' 앱을 활용한 쌍방향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일반학급 학생들처럼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데 무리가 있어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업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교과서와 활동지, 학용품 등 2주치 학습자료를 택배로 각 가정에 보냈다.
정 교사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샌가 학생들은 수업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 간 소통과 교감이 잘 이뤄지는 게 이 수업의 특징이다. 이날도 예정된 수업시간 30분 전쯤부터 학생들이 하나둘 접속하기 시작하며 모니터를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 학생이 노래를 부르자 채팅창으로 다른 학생이 "△△야 노래 잘 부른다"고 답했고, 정 교사는 "선생님이 △△를 아직 직접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어서 보고 싶구나"라고 호응했다.
이날은 국어수업을 진행했는데 학생 6명의 개인 학습 정도에 맞는 난도의 문제를 풀게 하고, 문제지를 찍은 사진을 학생이 정 교사에게 보내 확인받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15일 선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 관련 이야기, 글씨 연습 등이 이어졌다. '우리 동네에서 새로 뽑힌 국회의원은 누구일까요'를 알아 오는 것이 전날 숙제였던 아이들은 화상카메라에 자신이 해온 숙제를 자랑스럽게 내보였고, 정 교사는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실시간 의견 교환도 활발했다. 정 교사가 질문하면 작은 모니터에 나오는 학생들은 각자 손을 번쩍 들었고 발표도 이뤄졌다. A군(15)은 "화면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니 신기하다. 수업이 재미있고 선생님이 좋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관심도 뜨겁다. 몇몇 학부모들은 학생 옆에 앉아 학생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도와주기도 한다. 또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장애학생들에게 이런 수업 참여 기회를 제공해줘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B군(16) 어머니는 "고생하시는 선생님에게 감사하다. 아이가 사춘기라 키우기 힘든 면이 있는데 이 수업이라도 해서 마음이 놓인다"고 전했다.
자녀 걱정에 연차 낸 부모
초등생 혼자서 학습량 충족 어려움
궁금한점 바로 질문 못해 포기하기도
학부모 "대면수업 시작후 격차 걱정"
◆초등생 자녀 온라인 수업 걱정에 연차 내는 맞벌이 부부
초등생 4~6학년 학생들도 방학을 끝내고 인터넷을 통해 일제히 개학했다. 대구 수성구 동천초등에 다니는 6학년 노하윤, 4학년 노하민 자매도 오전 9시 편한 옷차림 그대로 집 거실에 설치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두 자매는 각자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 'e-학습터'에 접속해 담임교사가 올려둔 콘텐츠를 차근차근 따라갔다.
하지만 보호자의 도움 없이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필요한 학습량을 충족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였다. 수업용으로 첨부된 영상 자체 길이도 10분 내외로 짧고 구체적인 학습 방향 설명이 없었다. 강의 끝에 숙제를 수행하는 과정도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부분을 곧장 물어볼 선생님도 없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모습이었다.
3교시 온라인 국어 수업 도중 동생 노하민양은 곁에서 지켜보던 아버지에게 "눌러도 켜지지가 않아요"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교사가 e-학습터에 올려둔 영상을 본 뒤 교과서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 과제였는데, 교과서 어느 페이지를 펼쳐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미지 파일을 열지 못하고 있었던 것.
이날 자매의 아버지는 첫 온라인 수업을 맞는 아이들이 걱정돼 회사에 연차를 내고 집을 지키고 있었다. 맞벌이 부부인 탓에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두 자매 스스로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첫날이기에 어른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아버지가 나서 이미지 파일을 열어줬지만 노하민양의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교과서에 제시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영상이랑 교과서랑 내용이 달라요.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라며 고민하던 하민양은 간단하게 몇 자를 적더니 이내 책장을 덮었다.
두 자매의 개학 첫날 수업은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채 되기 전인 오전 10시45분쯤 끝났다. 규정된 초등학생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이 각각 40분, 10분인 점을 고려했을 때 오전 9시에 수업을 시작해 4교시까지 소화하면 낮 12시10분이 돼야만 한다. 첫 수업을 10분짜리 시업식으로 대체했다고 하더라도 한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하교를 한 셈이다.
언니 노하윤양은 보다 수월하게 수업을 따라갔다. 하윤양은 "오전 9시쯤 처음 접속할 때는 3분 정도 버벅거렸는데 금방 잘 움직였다"면서 "프로그램 사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동생에게도 사용법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자매는 기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부모의 속사정은 달랐다. 아버지는 "내심 쌍방향 수업을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초등 학습 수준을 잘 모르지만 콘텐츠가 부실해서 빨리 끝난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어른이 옆에서 신경 써주지 않으면 대면수업이 시작됐을 때 격차가 생길 듯하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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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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