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날씨랑 선거랑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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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8   |  발행일 2020-04-08 제25면   |  수정 2020-04-08

[기고] 날씨랑 선거랑

4월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과거 여느 국회의원 선거일 같으면 지금쯤 거리에는 국회의원 후보자 홍보용 현수막이 넘쳐나고 선거 유세차에서는 후보자 홍보 스피커 소리가 시끄럽게 나올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선거문화를 확 바꿔놨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장 답답하고 아쉬워할 사람은 바로 국회의원 후보자다. 모든 국회의원 후보자는 현재의 비대면 사회적 분위기·유권자의 성향 등을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판단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 당일 날씨가 과연 투표율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준다면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 중 어느 쪽에 더 유리할까? 국회의원 후보자에게는 선거공약 못지않게 투표 당일 날씨가 이슈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날씨가 좋으면 젊은 유권자들이 나들이 가느라 투표율이 낮아져 중장년층 지지자가 많은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라는 '리퍼블리칸 블루(republican blue)' 용어가 있다. 즉 선거일 날씨가 맑고 쾌청하면 공화당 승리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날씨가 맑고 쾌청하면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청년층이 나들이를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선거일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쳐 선거결과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대 국회의원 선거일 날씨는 어떠했을까?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 당일 날씨가 선거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까?

우리나라 16~20대 국회의원 투표율(16대 맑음 57.2%·17대 구름 조금 60.6%·18대 비 46.1%·19대 비 54.2%·20대 비 후 갬 58.0%) 결과를 살펴보면, 날씨와 투표율과는 그렇게 연관성이 커 보이지는 않은 것 같다. 투표일 당일에 태풍·집중호우·한파 등 극단적인 위험기상이 있을 경우에는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일상적인 날씨는 투표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듯하다.

따라서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정책대결과 지역사회 현안 과제 해결을 위한 비전 제시로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아야겠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날씨에 구애받지 말고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민주주의 꽃인 국회의원 선거에 꼭 참여하여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대구지방기상청에서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4월2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오전 8시에 대구 경북 시·군·구 34개 선거관리위원회에 맞춤형 특별기상정보와 기상특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선거 당일 날씨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고, 자연의 순리다. 날씨에 순응하고 날씨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후보자가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거 당일 날씨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을 대변하고 내 고장 일꾼이 될 국회의원 당락 결정이 날씨에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 제21대 국회의원 사전투표일인 4월10일과 11일, 그리고 본 투표일인 4월15일에 내가 투표할 곳의 향후 6시간까지 초단기예보와 향후 72시간까지 동네예보를 사전에 꼼꼼하게 참고하여 투표장에 가면 좋겠다.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모든 유권자와 후보자에게 축제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1년 365일 동일한 날씨가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날씨는 이미 생활 속의 소중한 정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날씨랑 선거랑은 오랜 친구인가보다.

전준항 (대구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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