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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보릿고개를 넘어 빙하기로 접어든 영화계
지난 2월 국내 관객은 200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2월 관객은 737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9%(1천490만 명) 감소했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확산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영진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극장이 휴업을 시작한 다음 날인 2월 1일부터 3월 9일까지 38일간 극장 관객 감소의 주요인이 됐다"며 "신종플루, 메르스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장가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3월 들어서는 극장 하루 관객이 5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5만명 밑으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는 '포스트 코로나19'까지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2월에 이어 3~4월 개봉 예정작들까지 도미노처럼 연기되면서 5~6월에 영화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봉일도, 개봉관도 잡기 쉽지 않아서 모두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극장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 특수도 불투명하다. 통상 여름 개봉작들은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대작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봉 3~4개월 전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한다. 하지만 언감생심 개봉일 확정은 물론 마케팅 시동도 걸지 못한 상태다.
물론 지난 12일 나란히 개봉한 '용길이네 곱창집'과 '악몽'처럼 꿋꿋하게 개봉해 관객을 기다리는 영화들도 있다. 그러나 3∼4월 개봉을 추진했다가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한 영화가 현재 50여 편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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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정원 |
영화들의 개봉이 무기한 연기 및 취소되면서 기존 영화들의 재개봉, 기획전으로 극장 운영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휴관 및 운영 시간이 축소 편성돼 스크린 확보가 녹록지 않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회원사들의 미개봉 신작 10편을 극장과 협의해 매주 3~4편씩 개봉하는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을 열기로 한 건 영화계 생태계와 관객의 문화향유권을 지키려는 상생의 일환이다. 관련 업계의 경제적 손실과 업계 민생 붕괴를 최소화하고, 한편으로 국민의 정서적 공황 상태를 막기 위한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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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영화와 함께, 일상은 계속 된다'는 슬로건 하에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19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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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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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힐링무비 상영전 |
CJ CGV 관계자는 "신작 개봉일이 연기되면서 자구책으로 남녀노소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획전을 마련했다"면서 "특히 4DX로 재개봉한 '해리포터'는 18년부터 한결같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는 '슬럼독 밀리어네어'(2009)를 지난 12일 단독 재개봉했다. 아울러 코로나19에 지친 관객을 위로하기 위해 '힐링무비 상영전'도 연다.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비긴 어게인' '스타 이즈 본' '어거스트 러쉬'까지 총 5편의 음악 영화들을 선보인다. 영화 그 자체는 물론, OST까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다.
뮤지컬 영화 '페임'(2009)도 오는 25일 관객을 다시 만난다. 상위 1%만 갈 수 있는 뉴욕 PA예술학교에서 춤과 노래 연기 등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도전하는 뜨거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관객들에게 극장에 오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도 집에서만 지내느라 지친 분들에게 과거 명작들이 잠시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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