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끼 |
타조이끼 |
비늘물이끼 |
비늘물이끼 |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로 인류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운명적으로 그리 생겨났으니, 바이러스의 입장에선 억울하기도 할 터.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작은 것들이 살아가야 하는 방식은 어찌 보면 눈물겹다.
눈에 띄지도, 꽃을 피우지도 않는 이끼는 늘 배경으로만 존재한다. 식물계의 바이러스인 셈이다.
저자 로빈 월 키머러 |
이끼는 작다. 꽃과 열매가 없고, 줄기와 뿌리가 단순하다. 다른 풀꽃과 같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내지도 못한다. 덕분에 다른 식물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 먼저 자리를 잡아 다른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준다. 작은 삶에 훌륭하게 적응해 번성하며 곳곳을 채워나간다. 지구상 거의 모든 생태계에 서식하는 2만2천여종에 달하는 이끼는 생물학적 기준으로 매우 성공한 종이다.
책은 그 작은 이끼가 어떻게 살아남아 이처럼 성대하게 번식할 수 있었나를 들여다본다. 이끼의 생태를 과학적으로 규명할 뿐만 아니라, 19세기 북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기록을 뒤져 이끼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도 밝혀냈다.
주어진 환경에 최대한 적응하기 위해 이끼는 그 모습도 특성도 달리하도록 진화했다.
환경이 안정적인 곳에 사는 명주실이끼는 자신을 복제한 후손을 만들어 바로 주변에 퍼뜨리는 무성생식에 집중하고, 경쟁이 심하고 빠르게 변화해 오래 살기 어려운 곳에 사는 지붕빨간이끼는 유성생식으로 유전자를 조합한 포자를 멀리 날려 보낸다. 네삭치이끼들으은서로가 밀집된 정도에 따라 성별을 바꾸거나 당장의 죽음을 감수하며 번식하기도 한다. 대다수 이끼가 바람을 통해 포자를 전파하지만 사슴의 배설물에 사는 이끼인 스플락눔은 똥파리를 이용해 포자를 퍼트린다. 이런 다양한 이끼종들은 자연에서 어떤 절대적 우열도 없다. 평소에 한 절벽을 패랭이 우산이끼가 뒤덮는다 해도 물살 때문에 패랭이우산이끼가 뜯겨져 나가면 그 빈자리를 침수에 강한 봉황이끼가 채운다.
그렇게 유연하게 주변 환경에 적응해 번성하며 곳곳을 채워나간다. 작지만 자연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각자 고유의 재능이 있고 그 재능에는 책임이 따른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서 소유하거나 없애려는 인간의 오만한 욕심이 문제일 뿐이다. 그로 인해 변질 된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지금의 코로나 19 사태를 몰고 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끼의 작은 생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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