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로 '97년생의 비운?' 온라인에서 회자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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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2  |  수정 2020-02-11 18:17  |  발행일 2020-02-12 제3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1997년생의 비운'이 다시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1997년생이 태어난 해는 우리나라가 IMF외환위기를 겪기 시작한 해다. 이들이 초·중학교를 다닐 때는 신종플루(2009년), 조류독감(2011년), 충남 태안 해병대 사설 캠프 참사(2013년)로 수학여행이나 운동회, 학예회 등 학교 행사가 취소되기 일쑤였다. 또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선 메르스 사태를 겪었는데, 올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대학 졸업식 마저 취소됐다.

이 때문에 포털에 '97년생'을 검색하면 '97년생 저주' '비운의 97년생' '97년생 수학여행' '97년생 삼재' 등 연관검색어가 뜨고, 그 중 하나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들이 우수수 나타난다.

대구경북 1997년생들 역시 대체로 '1997년생의 비운'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97년생이 최악의 세대'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경북대 재학생인 곽모씨(여·24)는 "'최악의 xx년생'이란 얘기는 자주 등장하지만, 그 대부분이 교육과정개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반면 97년생들은 국제적·범국민적 이슈가 학교생활에 지장을 줬다는 점에서, '비운의 97년생'이라는 얘기가 와닿는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장난식으로 '태어날 때도 IMF위기였는데, 역시 97년생은 운이 안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계명대를 졸업한 유모씨(여·24)는 "이번 졸업식에서 가족 모두 사진 찍고, 기념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는데 취소돼 너무 아쉬웠다"며 "아버지도 휴가를 내고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속상해 하셨다. 마무리가 이러니, 4년 동안 등록금만 내고 남는 게 없는 기분"이라고 했다.

대구대 재학생 김모씨(여·24)는 "중학생 때 신종플루 때문에 수련회를 가지 못했고 고등학생 때는 세월호로 졸업여행이 취소됐다. 당시에는 '왜 하필 우리 세대에게만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라는 속상한 마음이 컸고, 학창시절 추억을 쌓을 기회가 사라져 아쉬웠다"며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정말 97년생이 저주를 받았느냐는 농담 섞인 의구심이 들긴 한다. 주변에서도 농담으로 '저주 섞인 세대라 그런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농담이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섭섭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김모씨 (여·24·경북 경산시)는 "'왜 하필 우리 세대에 저주라는 단어가 붙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굉장히 억울하다"며 "속상한 부분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IMF 세대'라는 문구가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게 제일 속상하다. 또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마지막 졸업식이 취소돼 실망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반면 이효재씨(24·경북 경주시)는 "97년생에 대해 비관적으로 말하는 부분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다"면서도 "또래 친구들 가운데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느라 아직 졸업 시기가 아니어서 이번 사태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 친구들도 요즘은 대체로 휴학이나 졸업유예를 하기 때문인지 바로 졸업하는 경우를 잘 보지는 못했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수학여행을 갈 수 없었던 것 외에 특별히 기억나는 일도 없고, '저주 받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또 경북대 재학생 김모씨(24)는 "97년생이 여러 일을 겪었다는 내용의 인터넷 글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불운하다 생각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 외의 다른 질병 등은 97년생 외에도 전 국민이 겪었으므로, 이를 굳이 97년생의 피해로 부각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라며 "세월호 사고의 경우에도 나와 동갑이었던 학생들의 사고라 마음이 아팠고 와닿았을뿐이다. 97년생이라 손해를 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민지·정우태기자

정지윤·최시웅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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