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법 충돌…문희상 국회의장 중립 지켜야

  • 논설실
  • |
  • 입력 2019-12-16   |  발행일 2019-12-16 제31면   |  수정 2020-09-08

문희상 국회의장이 15일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법 처리와 관련해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6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 법안을 바로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 의장은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 회기결정의 건에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공개했다. 이에 극한 대치를 이어오고 있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우파는 막다른 길에 몰린 모양새이다. 문 의장이 16일 선거법 처리를 강조하면서 내건 명분은 17일이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이라 시간이 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의장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선거법 개정협상 줄다리기를 지켜본 국민 사이에서 ‘의석 나눠먹기’ ‘밥그릇 싸움’ ‘누더기 수정안’이라는 따가운 비판이 나오는 것에는 귀를 막은 듯하다. 또 선거연령을 낮추고,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정한데 대해서 “고등학교 교실을 정치화한다”라거나 “호남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편법도 불사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눈을 감은 모습이다. 아울러 비수도권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인구 대비의 하원과 지역별 균등 인원의 상원 구조의 양원제 모델 요구에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국회법 106조 2항에 의하면 부의된 모든 안건에 관해선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데 문 의장은 무슨 근거로 이를 임의대로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당 등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문 의장의 무리한 국회 운영에 대해 아들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세습시키기 위해 민주당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보낸다. 한국 정치사에서 ‘부자(父子)’ 정치인은 몇 차례 있었지만, 부친의 지역구를 곧바로 물려받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우파진영의 지적은 합리적 의심으로 보이기도 한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수성구을)은 아예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공정하게 하지 않으면 강요죄,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의장은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고 밝혀오지 않았나. 국회 운영에 있어서 어떤 경우에서도 국가의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선거법 개정문제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