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도로 위 암살자

  • 심충택
  • |
  • 입력 2019-12-16   |  발행일 2019-12-16 제31면   |  수정 2019-12-16

몇 년 전 겨울, 고향에 갔다가 아침에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빙판길 운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에는 ‘블랙아이스(black ice)’라는 용어도 들어보지 못한 때였다. 새벽에 간간이 비가 내리길래 눈으로 변하기 전에 출발해야 된다는 생각에 급하게 차를 몰았는데 한참 가서 타이어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브레이크를 밟았더니 차가 미끄러지면서 제멋대로 움직였다. 놀라서 내려 봤더니 도로가 온통 살얼음판이었다. 주변 나무에 맺힌 빗방울에도 얼음이 얼어 마치 겨울왕국 같은 풍경이었다.

차를 조심조심 도롯가 숲에 세워두고 걸어서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스케이트장과 다름없었다. 조금이라도 경사진 길은 미끄러워서 기다시피 했다. 훗날 들으니 그날 새벽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친 동네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 14일 새벽,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블랙 아이스로 인해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생업 때문에 새벽길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많아 가슴 아프다.

이날 교통사고 인터넷 뉴스에는 다른 교통사고와 달리 많은 댓글이 달렸다. 주로 블랙아이스 사고위험을 예방하지 못한 고속도로 운영사측에 비난이 집중됐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겨울철에 비가 내리면 상습적으로 살얼음이 어는 다리 위에는 열선을 깔아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겨울 새벽길이 위험한 줄 알면서 운전을 한 것에 대해 지적한 댓글도 있었지만 그 댓글 뒤에는 비난이 잇따랐다. 가족 생계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내용들이다.

빙판길은 아무리 저속운전을 하더라도 앞 차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눈길보다도 6배, 일반도로보다는 14배 더 미끄럽다고 한다. 빙판길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겨울철 운전을 할 때 고갯길이나 산그늘 진 곳, 교량 구간에서는 항상 조심해서 서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새벽길 운전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