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화없는 특화거리-商·官·民 협력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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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4   |  발행일 2019-12-14 제23면   |  수정 2020-09-08

10미(味)의 고장 대구의 먹거리특화거리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어 안타깝다.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핵심 분야로 관광산업이 부각되고, 관광 수요를 유발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로서 먹거리가 꼽힌다. 이 먹거리를 테마로 하는 특화거리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고 있다고 한다. 도시경쟁력에서도 대단히 우려된다. 먹거리특화거리는 서민들의 생활터전인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주요 공간이기도 하다. 골목상권을 살리는 차원에서도 먹거리특화거리의 재생(再生)은 반드시 필요하고 서둘러야 할 일이다.

대구에는 먹거리를 주제로 한 특화거리 30여 개가 도시 곳곳에 분포돼 있다. 10여년 전부터 지정되기 시작해 작게는 1억~2억원씩, 많게는 100억원 넘는 사업비가 투입됐다. 점포 수가 10여개부터 100개 넘는 곳이 있을 정도로 규모는 다양하다. 대구지역 전체의 점포 및 상인, 종사자, 매출규모, 연관 산업 등을 감안하면 결코 허투루 여길 수 없는 대구경제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먹거리특화거리가 썰렁하기 짝이 없다. 특화거리라 하기에 무색할 정도다. 장사가 안 되니 적잖은 상인들이 이미 거리를 떠났다.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빈 가게로 들어오려는 상인도 거의 없다고 한다. 장사도 안 되지만 임대료가 수년간 다락같이 올랐기 때문이다. 앞산 카페거리의 경우 7년 전 조성 때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뛰었다고 하니 점포세 내기도 빠듯할 듯하다. 예산 들여 주차장 만들고, 간판 및 조명 설치·공원 조성·보행환경 개선 등 사업을 벌여놓으니 임대료만 올랐다는 게 상인들의 푸념이다. 소위 젠트리피케이션 폐해다.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자치단체의 선의(善意)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님을 현장이 증명해 준 셈이다.

보다 전략적이고도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조성과 운영은 물론 특화거리를 재생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우선 관(官)주도는 피해야 한다. 관→상(商)으로 향하는 톱다운 방식으로는 거리를 살릴 수 없다. 특화거리 조성과 운영의 주체는 지역 주민과 상인이 돼야 한다. 이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이 있어야 인위적·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자연발생적 특화거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관은 주민 주도가 가능한 논의환경을 만들어 주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다른 특화상권과의 연계, 마케팅, 특화 프로그램, 고객 유입 전략, 콘텐츠 개발, 홍보 같은 일에 필요한 지원을 하면 된다. 특히 거리 살리기의 주적(主敵)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일은 관의 주요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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