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프로축구 대구FC 조광래 사장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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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4 07:50  |  수정 2023-11-29 15:09  |  발행일 2019-12-14 제22면
“올시즌 대구 팬들과 함께해 행복…성원 보답하는 우승 도전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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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아랫줄 오른쪽 둘째)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축구 100년사>
프로축구 대구FC(사장 조광래)가 지난 1일 FC서울과의 마지막 38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올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날 대구는 서울과 0-0으로 비기는 바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은 좌절됐으나 K리그1 파이널라운드A 5위에 오른 건 팀창단 후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대구FC팬들은 매년 1부리그 잔류를 걱정해야 하는 팀에서 ‘리그 우승’ 또는 ‘ACL진출’이라는 목표를 가질 수 있는 강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조광래’라는 걸출한 축구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조 사장은 축구가 아닌 공부로 경남 명문 진주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감독의 눈에 띄어 축구를 시작했다. 이후 연세대를 거쳐 포항제철(현 포항)과 대우(현 부산) 등에서 활약했으며 1974년 처음 대표팀에 선발되어 78년과 86년 아시안게임 우승, 80년 아시안컵 준우승 등에 일조했다. 86년엔 멕시코월드컵에 참가해 3경기 모두 출장하며 아시아 정상급 미드필더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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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조광래 사장이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내년 시즌 목표를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팬 프렌들리 클럽상’ 수상했지만
우승 목표 못이뤄 아쉽고 죄송해
시민구단 예산, 기업구단의 절반
선수 육성으로 구단 이끌어가야

대구 템포축구, 체력 뒷받침돼야
내년초 中 전지훈련장서 담금질
조현우 유럽행땐 보내줄 수 있어
이적에 대비 차기 수문장 물색 중


차범근과는 한살 차이로 그를 “형”이라 불렀다. 차범근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속이었을 때 당시 프랑크푸르트 감독이 차범근에게 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차범근은 주저없이 조광래를 추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11년간 국가대표를 했다. 70~80년대 자로 잰 듯한 정교한 패스와 폭넓은 시야, 영리한 두뇌 플레이를 해 ‘컴퓨터 링커’라고 불리며 한국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미더필더로 활약했다.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우승을 몰고 다닐 만큼 탁월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5일 기자와 만난 그는 “임기내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대구FC가 지난 2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는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수상했다. 축하드린다.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도 우승이 목표였는데 너무 아쉽고 죄송하다. 그렇지만 극장 같은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대구의 팬들과 올시즌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 행복했다. 지난 2일 시상식장에서 다른 구단 사장이나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구FC 덕분에 K리그의 수준이 높아지고 관중이 많아졌다’고 칭찬하더라.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결국 우승이다. 내년에도 대구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올시즌을 되돌아보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초반은 좋았다. 홈경기에서도 져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작년보다 ‘템포’가 확실히 빨라졌고 어느 팀을 상대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홍정운과 츠바사, 에드가 등 팀의 주축이 줄부상하는 바람에 경기가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홍정운과 츠바사의 몸상태가 나아지고 있다. 동계훈련에 참가해 몸을 만들면 내년 시즌 투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조 사장은 현대 축구는 ‘속도와의 전쟁’이라고 잘라 말했다. 템포가 빨라야 관중도 몰리고 경기 내용도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식 개인기를 위주로 하는 ‘빌드업 축구’보다 유럽식 ‘템포축구’를 선호하는 듯했다.

 

“속도를 내려면 강한 피지컬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겨울에도 체력훈련을 많이 했지만 올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 내년 1월초 중국 쿤밍과 상하이로 전지훈련을 간다. 쿤밍에서 2주간 체력훈련에 집중하고 상하이로 옮길 것이다. 상하이에선 친선경기를 하며 실전 감각을 익힐 것이다.”

 

▶대구FC가 화끈한 공격축구보다 수비를 두텁게 하다가 빠른 역습으로 골을 넣는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또 올시즌 여름 이후 홈에서의 승률이 좋지 않았다. 파이널라운드 전북과 강원과의 원정 경기에선 화끈하게 이겼는데 오히려 홈에선 비기거나 진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그렇게 하니 다른 팀에서도 요즘 따라하는 것 같더라(웃음). 6초 안에 공격해 골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빨라야 한다.”

 

▶내년 시즌은 어떨 것 같나.

 

“매 시즌이 중요하지만 특히 내년엔 잘 해야 한다. 올해는 새로운 홈 경기장과 클럽하우스 개장 등 덕분에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컸다. 또 작년에 비해 경기 내용도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프로에서 2등이나 3등은 필요없다. 안드레 감독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목표는 높게 가져야 한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고 성적이 하락하면 팬들은 금방 떠난다.”

 

▶주축 선수인 세징야와 조현우의 ‘이적설’이 나돈다.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세징야가 뛰어난 선수라서 타 구단에서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세징야와는 이미 3년간 재계약을 한 상태다. 협상은 구단끼리 하는 것이라 세징야가 가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갈 수 없다. 우리에겐 세징야가 꼭 필요한 선수다. 조현우와는 올해 계약이 끝난다. 지난 여름에도 얘기했지만 유럽으로 간다면 조현우의 미래를 위해 보내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아니다. 조현우를 대신할 만한 골키퍼를 물색 중이다.”

 

조 사장은 감독시절 우수한 선수를 발굴해 육성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최용수, 이영표, 이청용, 윤빛가람, 고요한, 안드레 대구FC 감독 등 쟁쟁한 선수들이 그의 손을 거쳐간 제자들이다. 안양 LG 치타스(FC서울 전신) 감독 재직시 최용수, 이영표, 안드레 등을 발탁해 우승을 해 감독상을 받았다. 안드레는 당시 3부리그에 뛰던 보잘것 없는 선수였다. 이청용은 중학교 때부터 데려와 육성한 선수이고 윤빛가람은 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김대원, 정승원, 정태욱 등이 올시즌 크게 성장한 것 같다. 특히 김대원은 ‘김학범호’에 승선해 두바이컵 MVP도 차지했다.

“김대원과 정승원은 고등학교 졸업생일 때 내가 직접 뽑았다. 올해도 대원이가 잘해줬다. 아직 피니시가 부족한데 그것만 잘 다듬으면 대성할 수 있다. 아직 나이가 젊다. 현역일 때 나이를 한살 더 먹으면 ‘생각하는 축구’를 할 줄 알게 된다. 정태욱은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 선수고, 정승원은 원래 공격수인데 미드필더에 윙백까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면 무조건 보낸다. 더 큰 무대에 가면 자부심과 자신감이 동시에 생기게 되고 결국 팀에 보탬이 된다.”

 

▶대구FC가 가성비가 좋은 팀이라고 한다. 투자에 비해 성적이 좋은 게 그걸 증명한다.

 

“기업이 운영하는 구단보다 대구FC는 연간 예산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시민구단은 예산이 적기 때문에 선수를 육성해서 구단을 이끌어가야 한다. 다른 시민구단도 그렇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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