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난간 매달린 어린제자 부여잡고 소방구조대 올때까지 버텨낸 선생님

  • 글·사진=안동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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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4 07:30  |  수정 2019-12-14 07:30  |  발행일 2019-12-14 제2면
안동 강남초등 이주영 교사
교내 화재때 학생 2명 구해
교실 난간 매달린 어린제자 부여잡고 소방구조대 올때까지 버텨낸 선생님
교내 화재 속에서 제자들을 구한 이주영 안동 강남초등학교 교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예기치 못한 화마(火魔) 속에서 초등 교사가 용기 어린 말과 대처로 소중한 제자를 구했다. 안동 강남초등학교 4학년4반 담임 이주영 교사(29).

지난 12일 오전 9시28분쯤. 4층 4반 교실에서 수업 중이던 이 교사는 ‘창문 쪽에서 연기가 올라온다’는 한 학생의 말에 화재를 직감했다. 불이 난 곳은 인근 교내 체육관. 그는 즉시 학생들을 인솔해 1층 중앙 현관까지 대피시켰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 순간, 한 여교사의 비명이 들려왔다. “4학년5반 학생들이 창가에 매달려 있어요. 도와주세요”. 이 교사 반 바로 옆 반이었다.

이 교사는 5반 교실로 황급히 올라가 창문 난간에 매달려 있는 남녀 학생 두 명의 팔을 붙잡았다. 이 교사는 남학생의 팔을 잡아 끌어올린 뒤 여학생의 팔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여학생을 팔로 끌어 올리기엔 힘에 부쳤다. 이 교사는 소방구조대가 올 때까지 여학생의 팔을 잡고 버티기로 했다. 5반 교실은 불이 난 체육관 바로 옆이어서 갈수록 열기와 연기가 심해졌다.

“얘야, 조금만 더 버티자. 곧 소방관 아저씨가 구하러 올 거야.” 이 교사는 여학생에게 용기와 희망의 말을 반복해서 건넸다.

그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공포감이 들었다. 하지만 내 팔을 잡고 있는 여학생을 보며 버텼다”고 했다. 짙은 연기 속을 뚫고 행정실장이 이 교사를 도우러 왔다. 그렇게 10분을 버티자 사다리차가 와 여학생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이 교사가 구조한 남녀 학생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건강엔 이상이 없다. 이 교사는 “검은 연기 속에서 많이 무서웠다. 그러나 교사이기 때문에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다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나도 똑같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안동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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