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은 즉각반환인데, 대구 미군기지는 ‘첩첩산중’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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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07:31  |  수정 2019-12-13 07:50  |  발행일 2019-12-13 제6면
주민 70년간 재산권 피해 등 고통
캠프워커 내 활주로·헬기장 부지
반환결정 후 17년만에 올해 협의
미군 전략적 가치 높아 반환지체
소통창구 마련 등 적극대응 지적
20191213
대구시 남구 미군부대 캠프워커 반환부지 모습. 반환예정인 이 부지에는 도서관 등 시민을 위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영남일보 DB)

국방부가 원주와 부평, 동두천에 있는 4곳의 미군기지를 즉각반환 합의를 발표한 가운데 대구 남구에 위치한 미군기지 3곳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남구에는 캠프워커·캠프헨리·캠프조지 3곳의 미군기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108만7천900㎡ 규모로 남구 전체 면적의 6.2%를 차지한다. 주거·상업지역으로 보면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구 주민들은 70년 가까운 시간동안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했다. 헬기 소음과 분진, 환경오염 등 환경 피해는 물론, 미군기지 주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이들은 재산권을 행사하는 데도 제약이 있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도시개발에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군기지 반환은 아직 먼 이야기다. 12일 대구시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반환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캠프워커 내 동편 일부인 활주로(700m)와 헬기장(H-805) 부지(2만8천697㎡)다. 2002년 반환이 결정됐지만, 17년 동안 미뤄지다 올해 10월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가면서 반환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내년 초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대구대표도서관 건립과 3차 순환도로 건설 등 후적지 개발에 대한 상세한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남구 미군기지 반환이 더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게 첫번째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반환 협의가 된 지역과 대구는 차이가 있다. 국방부와 미군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대구에는 아직 기지가 존치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창구 부재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구 남구의회 ‘미군부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연우 남구의원은 “너무 오래되고 진척이 없다 보니 모두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거 같다. 지자체도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구의원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사자인 지역민들은 협상에서 배제돼 왔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방부부터 지역 단위까지 소통 창구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1996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히 활동했던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 시민모임’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것이다. 당시 시민모임 활동을 함께한 김현철 전 남구의회 의장은 “구민들이 살아왔고, 살아갈 땅이다. 결국 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그래도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집회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시나 정부에서 하는 방침대로 따라가기만 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도심지에 아직 미군부대가 있어 곤란한 점이 많다. 지금이라도 외곽지로 미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선 1기 남구청장을 지낸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은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가 아쉽다”면서 “일본, 필리핀, 독일의 경우 중앙정부차원에서 미군기지 반환과 후적지 개발 전담반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남구도 구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설사 성과가 가시적으로 없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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