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잡혀야 나가죠” 속타는 울릉도

  • 글·사진=울릉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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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07:08  |  수정 2019-12-13 07:08  |  발행일 2019-12-13 제1면
中어선 갈수록 늘면서 씨말라
올 어획량 최악 ‘재난급 불황’
국회까지 찾아가 생존권 촉구
“오징어 잡혀야 나가죠” 속타는 울릉도
오징어 성어기임에도 지난 11일 울릉도 저동항에는 출어를 포기한 오징어잡이 배들로 가득하다.
“오징어 잡혀야 나가죠” 속타는 울릉도

“어휴~, 2~3년 전만 해도 아침에 어판장에 나오면 오징어로 가득 차 발 디딜 틈 없었는데 지금은 ‘울릉도 오징어’란 말이 무색하네요.”

지난 11일 울릉도 저동항 어판장. 오징어채낚기어선 선주 김해수씨(61)는 한숨부터 쉬었다. 그리고는 썰렁하게 비어 있는 어판장을 다시 바라보더니 연이어 “어휴~” “어휴~”를 내뱉었다. 그 한숨소리가 마치 ‘漁休(어휴)~’처럼 들렸다. 손길을 놀려야 하는 어부의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예년 이맘때 쯤이면 성어기를 맞아 어판장은 오징어로 꽉 찬다. 옆 건물까지 오징어를 담아 나르는 상자가 쌓여 있었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울릉도 오징어잡이배 집어등(燈)은 아침 해보다 먼저 떠오른다 했을까. 예년 같으면 새벽 어스름을 헤치고 오징어잡이배가 들어오는 항구는 정신이 없다. 오징어 내장을 빼내는 할복작업자와 중간도매상인 등이 잔뜩 몰려 잡아온 오징어를 손질하고 건조장으로 옮기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오징어는 그렇게 울릉도의 명물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울릉도에서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 지금도 중간도매상인과 오징어 할복작업자들이 매일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판장 주변을 서성거리지만 대부분 작업거리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해안도로마다, 각 가정 지붕마다 오징어가 널려 있던 풍경도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그 많던 오징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울릉도 오징어가 사라진 건 2010년부터 중국어선이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를 싹쓸이하면서다. 울릉도 근해로 내려오던 오징어가 끊겨버렸다. 중국어선이 북한 수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4년. 그해 140척 정도가 조업했으나 2010년 642척, 2013년 1천326척, 2018년 2천161척으로 급증했다. 씨를 말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섬 전체에 감돌았다.

실제 피해는 충격적이다. 울릉도 오징어 위판량은 2004년 4천671t, 2010년 2천898t, 2013년 1천774t, 지난해 757t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11월 말 기준 496t에 불과하다. 올해 위판량도 대부분 연초에 어획한 것으로, 성어기인 10~11월 사이 잡은 것은 고작 8t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오징어 생물 위판가격은 ㎏당 평균 1만2천원까지 올랐지만 위판할 오징어가 없다. 김씨는 “1년에 1천만원 벌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울릉도에선 오징어 말고는 다른 생선이 잡히지 않는다. 오징어가 없으니 겨울철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울릉도 주민은 오징어가 잡히지 않자 이를 호소하기 위해 육지로 나갔다. 울릉어업인총연합회 회원 20여명이 지난 3일 국회를 찾은 것. 생계가 막막해진 울릉 어업인들은 정책간담회를 통해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 북한 수역 입어 제재(UN 대북제재 2397호) 촉구 △울릉군을 오징어 어획 부진에 따른 어업재난지역 선포 △어업인의 모든 정부자금 상환 연기·이자감면 및 생계자금 무상지원 △연안어업 구조조정(감척)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지자체와 협의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울릉도 어민의 속은 타들어 간다. 김씨의 나지막한 독백이 간절함을 대변한다. “오징어야, 제발 돌아와 다오.”

글·사진=울릉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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