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빈집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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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2   |  발행일 2019-12-12 제31면   |  수정 2019-12-12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젊은 층을 보기 힘들고, 고령화가 심각해진 지는 오래다. 정주인구는 갈수록 줄지만 반갑지 않게 늘어나는 것도 있다. 곳곳에 방치된 빈집이다.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고향집을 지키던 노인들이 사망하면 살던 집은 금방 을씨년스러운 빈집으로 변한다. 간혹 귀농이나 귀촌하려는 사람들이 빈집을 구입하려고 해도 주인들은 팔기를 꺼린다. 큰돈이 되지도 않고 언젠가 자신들이 고향에 내려와 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집은 생각보다 빨리 허물어진다. 작은 틈이 생기면 금방 메워줘야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니 때를 놓치게 돼 곧 큰 균열로 이어진다. 농촌생활의 가장 큰 적으로 꼽히는 잡초는 무서운 속도로 자란다. 집을 몇 년만 비우면 폐허처럼 변하는 이유다. 필자의 옆집도 노부부가 살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시면서 빈집이 됐다. 벽돌로 벽을 쌓고 슬레이트 지붕을 올렸던 이 집은 3∼4년쯤 지나자 지붕과 벽이 폭삭 내려앉았다. 길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땅과 건물의 소유권이 달라 집이 무너졌음에도 땅주인은 철거를 마음대로 못해 방치된 채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귀농인들이 많이 찾는 문경시는 이러한 농촌 빈집을 귀농인들에게 1년간 공짜로 빌려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집주인에게 수리비를 지원해 주고 귀농인들은 농촌에 살아보면서 주민들과 친분도 쌓고 농사 등의 기술도 배워 성공적인 정착을 꾀하려는 목적이다. 문경지역의 빈집은 현재 230가구가 넘는다. 5개 동지역에도 25가구나 있다. 문경시에서 밝힌 통계지만, 실제 빈집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전국적으로도 빈집 비율이 높은 곳은 20%나 될 만큼 농촌지역의 빈집은 급증하고 있다.

빈집은 미관상으로도 안 좋고 우범지대가 되기 쉽다. 그래서 정부나 자치단체에서도 빈집을 정비하는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지만 재산권 문제 등으로 쉽게 고치거나 재활용을 못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빈집 은행 등으로 정보를 모으고 활용도를 높이는 곳도 있다. 도심지역에서는 자치단체에서 매입해 공영주차장으로 꾸민 곳도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빈집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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