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폭주 멈추고 협치 복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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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2   |  발행일 2019-12-12 제31면   |  수정 2020-09-08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늦게 더불어민주당과 호남권 군소야당, 정의당 등 범여권 정당들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가운데 512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12월2일로 못 박힌 법정 처리시한을 이미 8일 넘긴 상태였다. 국회는 2015년 이후 5년 연속 ‘예산안 지각 처리’라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짚어야 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내년도 예산은 최초로 500조 원을 넘는 초슈퍼 규모다.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예산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마지막까지 108석의 제 1야당 자유한국당과 조정해 의견을 모으는 게 바람직했다. 특히 민주당이 범여권의 군소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모아 만든 이른바 ‘4+1 협의체’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 협의체에 예산안 심사를 맡기고 국회 통과를 강행한 것은 적잖은 후유증을 낳을 게 분명하다. 협상의 정치는 실종되고, 당파적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이 관행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 일방 처리 후유증이 채 가시기 전인데도 소위 범여권은 이번 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국회 전시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선거법은 내년 총선의 룰을 정하는 것이다. 게임의 룰은 쌍방 합의가 최선이다. 역대 선거법 개정 역사를 보더라도 그랬다. 어느 한쪽이 일방 처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민주당이 군소야당을 동원해 다수의 힘으로 이를 일방 처리할 경우 정국 파행의 후유증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직 총사퇴를 거론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으로 구성된 ‘4+1 협의체’가 연동형 선거제도를 통과시키기 위해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하는 데 잠정 합의한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남에 몰려있는 농어촌 선거구의 통폐합을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 안에 의하면 호남에선 한 석도 줄지 않는다. 지역구 축소를 반대하는 호남계 야당의 요구를 민주당이 들어준 것이다. 반면 선거법이 개정되면 축소가 불가피한 경북권 선거구에 대한 ‘고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공수처법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도 현저하다. 특히 공수처장의 중립성 확보 방안은 철저히 보완돼야 한다. 여야 각 정당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향한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멈추고 협치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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