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구에서 낀 세대로 산다는 것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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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2   |  발행일 2019-12-12 제30면   |  수정 2019-12-12
[취재수첩] 대구에서 낀 세대로 산다는 것
홍석천기자<경제부>

“아마 우리가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의 봉양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아닐까.” 얼마 전 지인의 상가에 갔다가 오랜만에 본 친구들과의 대화 중 나온 얘기다. 친구들은 휴대폰을 보려면 눈을 찌푸리거나 안경을 벗어야 하는 나이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살아온 세월에 대한 추억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먼저였다.

20대에 외환위기가 터지고, 30대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른바 산전수전 다 치른 90년대 초반 학번은 ‘낀세대’로 불린다. 1970~80년대 경제개발시대를 거친 선배들은 겪어보지 못한 취업난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세대를 맞이하면서 기존의 가치관이 부정당하고 흔들리는 경험도 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책에서 읽었다며 짧은 글을 보내주었다. 정말 자기 이야기 같다는 주석과 함께. ‘낀세대로 불리는 우리 40대는 사실 짬짜세대다. 호황과 불황이라는 경제짬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기술짬짜, 그리고 수직적 조직문화와 수평적 조직문화 사이의 리더십짬짜. 결국 짬뽕도 아니고 짜장면도 아닌 세대다’라고. 지인은 “40대는 낀세대이면서 둘 사이 어느 곳에도 끼이지 못하는 상실의 세대라는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발표된 대구의 고용지표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0대 일자리 감소’다. 동북지방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올 3분기 기준 40대 취업자 수는 31만명으로 2015년보다 3만명 넘게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취업자 수는 2천명이 줄었고, 60대 이상은 4만7천명 이상 급증했다. 문재인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는 등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애썼다. 이런 노력으로 20대와 60대 이상 세대의 일자리는 개선됐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지역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는 일자리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를 잃거나 퇴직한 낀세대가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는 데 있다. 구직활동자금과 내일채움공제 등 맞춤형 지원을 받는 20대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 수요가 많다. 또 60대 이상은 일자리와 계속고용장려금 등의 집중 지원을 받는다. 특히 대구에 사는 40대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악조건 속에 살고 있다. 직장을 다녀도 전국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지원하며, 전국 최고 수준의 아파트 가격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소비여력은 떨어지고, 이들의 소비 위축은 지역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40대가 살아야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당연한 말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40대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일자리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또 40대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해 사업 실패를 줄이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40대가 가진 다양한 경험을 활용할 방법을 제시한다면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시너지가 될 수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3재에 최저임금과 최고 주거비용이라는 악재를 이겨내고 있는 대구의 40대는 언제 활짝 웃을 수 있을까.
홍석천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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