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박·중진들이 당 쇄신 발목 잡아선 안 돼

  • 논설실
  • |
  • 입력 2019-12-11   |  발행일 2019-12-11 제31면   |  수정 2020-09-08

자유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 선출결과가 공개되면서 당 쇄신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이 예산안 심사와 패스트트랙 등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 대화의 장으로 전환하려는 모습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원내대표 선출과정에서 친박(親朴) 국회의원과 당 중진들이 심재철·김재원 러닝메이트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친황(親黃) 체제에 대한 견제심리가 크게 작동했다는 얘기가 많다. 이는 황교안 당 대표의 현역 대폭 물갈이를 비롯한 개혁적 당 쇄신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선거결과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비박(非朴) 심재철·친박 김재원 의원이 손을 잡아 승리함으로써 당내 계파구도가 깨진 것으로 좋게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공천을 앞둔 시점에서 친박과 현역 중진의원들의 이해득실이 상당부분 작동했음을 알 수 있다.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는 정견발표 당시 “원내대표에게 공천 권한은 없지만 의원님들께서 선수(選數)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교안 대표에게 직언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은 불출마 요구를 받거나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상당수 친박 영남권 및 중진 의원의 표심을 자극했고, 이것이 표로 연결됐다.

이들의 표심은 초·재선 중심의 친황 체제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이 맞아 보인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친박 영남권과 다선의원들이 힘을 합쳐 총선 물갈이 공천 때 집단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같은 날 황 대표는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내년 총선 물갈이와 관련해 “국민이 원하고 나라가 필요로 하면 그 이상(현역 50% 물갈이)도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물갈이 비율을 더 올리겠다는 의미이다. 쇄신의 양과 질을 놓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만약 이런 분란이 발생한다면 한국당의 당 쇄신은 물 건너간다. 당의 환골탈태와 범 보수 통합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공천을 앞두고 계파싸움, 중진과 초·재선 간 당내 갈등이 재연된다면 국민들은 한국당을 외면할 것이다. 새 출발의 기대를 품고 있던 보수층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 한국당은 선거과정의 불협화음을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한다. 새 원내대표 체제를 계기로 당의 단합과 개혁을 완수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정상(正常)의 정치’를 복원하길 바란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