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적절한가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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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  발행일 2019-12-10 제30면   |  수정 2020-09-08
내신성적 압박감 심해지고
쉬운과목 몰리는 부작용도
고교간 학력차이 해결않고
블라인드 처리 또한 문제점
제대로된 개혁은 언제 되나
[3040칼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적절한가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지난 11월28일,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교육계는 물론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이번 방안은 크게 대입 전형자료의 공정성 강화와 평가의 투명성과 전문성 강화, 대입전형 구조개편,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르면 내년 입시부터 2024학년도 입시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조치들은 여러 가지다. 눈에 띄는 몇 항목만 살펴보면, 대입 전형자료 부분에서는 학생부 기재사항에서 비교과영역을 대폭 축소하는 것과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폐지한다. 평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면접평가뿐만 아니라 서류평가 단계에서도 고교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하고, 특정 고교 교육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고교프로파일을 전면 폐지한다. 전형구조 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일은 2022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은 주요 16개 대학에서 정시 수능위주 전형을 4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번 방안의 기본 방향은 두 갈래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조국 사태 이후 집중포화를 맞았던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영역, 그러니까 소논문이나 수상경력, 독서활동, 개인봉사활동 실적 같은 요소들을 평가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이제 학생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학생의 내신 성적과 교과별 세부특기사항 정도가 된다. 교과별 세부특기사항은 학생이 특정 교과 수업에서 수행한 활동 내역을 기술해주는 항목인데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에서는 이 부분을 자세하게 기록해왔지만 많은 일반고에서는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록하지 않았다. 이번 방안이 발표된 이후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서 기록할 내용이 없다면 결국 소설을 쓰라는 이야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입시 서류평가에서 세부특기사항은 크게 활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남는 항목은 내신 성적뿐이다. 그러니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학생들은 고교생활 내내 내신 성적 경쟁과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내신을 따기 쉬운 과목에 학생이 몰리는 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물론 제대로 된 교육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더욱 당혹스러운 항목은 2021년 입시부터 고교정보 블라인드 처리를 서류평가 단계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 대학에서는 지원자가 어느 학교 출신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방안을 내놓았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간 입시에서 암묵적으로 작동해왔던 고교 간 학력격차 반영을 근절해보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블라인드로 처리하면 서울 강남 어느 고교의 1등 학생과 농어촌 지역 고교의 1등 학생을 구별할 수 없게 되니 말이다. 물론 더 어려운 일은, 가령 특목고 3등급 학생과 일반고 1등급 학생을 견주어보는 일이 될 것이다. 요즘 기업 공채에서 출신 학교를 블라인드 처리하도록 독려하는 일과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는 이런 방안은 자기 학교에 잘 맞는 좋은 학생을 뽑아야 하고, 또 그럴 권리가 있는 대학 처지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 방안이 작동하기 위한 선결조건, 그러니까 고교 간 학력격차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에 학력격차가 전혀 없다 전제하라고 강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의 순서가 틀렸다는 이야기다. 이런 방안을 도입하려면 고교 간 학력격차가 비롯하는 근본 원인, 가령 사교육의 위력을 학교 현장에서 해소할 수 있는 공교육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사정은 그렇지 않으므로 대학은 학력 수준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수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수능 중심 선발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정부는 일을 거꾸로 하고 있다. 반복된 문제풀이를 강요하는 수능 시험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수능 비중을 높여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니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이번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은 졸속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실망스러운 일이다. 도대체 언제쯤 제대로 된 교육개혁 계획을 만날 수 있을지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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