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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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5   |  발행일 2019-12-05 제25면   |  수정 2019-12-05
책 교훈 간파한 우수작 전국서 응모
비문·상투적 표현 많은 점 아쉬워

영남일보가 연중 캠페인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지속적으로 책읽기 운동을 펼쳐온 지 26년째다. 독서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영남일보의 ‘책읽기 상 독서 감상문 공모전’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었다. 올해 출품작 수는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작품 수준은 해마다 향상되고 있다. 공모에 응한 독서 애호가들도 대구경북지역에 머물지 않고 전국에 널리 분포했다.

올해 공모전의 출품작에는 어느 해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만큼 입상작 선정이 쉽지 않아 심사과정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좋은 감상문을 읽는 것은 유익한 책읽기 못지않게 적잖은 즐거움을 주었다.

몇 가지 심사 기준을 정해 작품들을 읽었다. 첫째, 책의 내용과 저자의 생각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둘째, 책을 통해 얻은 느낌이나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재해석 했는지도 빠트릴 수 없는 기준이었다. 셋째, 앞의 두 기준을 얼마나 글로써 잘 풀어냈는지, 즉 글쓰기 능력을 평가했다.

▶초등부=전체적으로 응모작의 수준이 높았다. 틀에 박힌 독후감에서 벗어나 책을 충분히 읽은 뒤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내고 자신과 처지를 바꿔가면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가가려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 많았다. 기존의 독후감 틀을 깨고 새로운 구성을 보여줌으로써 약간 어설프기도 했으나 신선한 작품도 있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식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 응모작들이 몇몇 도서에 몰려있고 틀에 박힌 상투적인 표현들이 많은 점 등은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어와 서술어의 연결이 안 되는 비문이 많고 오탈자도 상당수 보였다. 매년 지적되어온 것 중 하나가 해당 학년의 수준에 걸맞지 않은 글이 있다는 점이다. 부모님이나 형, 누나 등 가족이 도와준 글 같은 응모작들이 올해도 눈에 띄었다. 가족으로부터 독후감 쓰는 방법에 대한 조언은 구할 수 있으나 글에는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올해는 독후감의 의미를 충분히 담아낸 글들이 많았다. 특히 최우수작, 우수작 등은 이런 독후감의 의미를 충실히 담아내려 한 작품이었다.

▶중·고등부=여러 작품 중 ‘페인트’와 ‘체리새우’를 읽고 쓴 감상문이 많았다. 페인트는 부모 인터뷰의 영어 글자를 딴 제목으로 국가기관에서 길러진 10대 아이들이 가정에 입양될 때 각자 부모를 선택하는 권리를 지닌 특별한 사회를 다룬 작품이다. 체리새우는 청소년들의 사귐과 왕따 문제를 심도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새우가 껍질을 벗고 거듭나듯이 고난과 아픔을 이기고 성장하는 청소년들을 다룬 글이어서 학생들이 선호한 모양이다. 김가빈 학생(경북여고 1)의 ‘페인트’ 작품 소감문과 석금영 학생(석전중 3)의 ‘인어가 잠든 집’ 소감문을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했다. 둘 다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자신의 느낌을 알기 쉽게 잘 정리해 표현했다. 간결한 문장으로 큰 무리 없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교훈을 간파해 낸 점이 돋보였다. 최가빈 학생(장산중 3)의 ‘일요일 오후 2시, 동네 청년이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와 이준수 학생(공군항공과학고 2)의 ‘페인트- 완벽한 가족’은 우수상에 선정했다. 이 소감문들은 주제 전달은 훌륭했으나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이 마음에 걸렸다. 예년처럼 특정 고교에서 글쓰기 지도를 받은 학생들이 단체로 응모하기도 했지만 우열을 가려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작품 수준의 편차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주어 서술어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문장과 대화 투의 비문들이 많았고, 오타나 틀린 단어도 적지 않았다. 쓴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미심쩍은 단어나 어휘는 다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대학·일반부=초등부, 중·고등부는 추천 도서 중 특정 도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반면 대학·일반부의 경우 다양한 추천 도서가 읽기 대상이었다. 최우수 작품에 뽑힌 신서영씨의 ‘전혀 괜찮지 않은 어른들을 위하여’는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김혜남·박종석 작)의 독후감이다. 자신의 하이힐과 엄마의 단화를 비교하며,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을 맛깔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렸다. 멀리 강원도 원주에서 응모한 열정만큼이나 글쓰기 훈련의 고단한 과정을 겪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수준 높은 문장력도 돋보였다. 우수 작품에 선정된 김영규씨의 ‘어깨조차 내어주지 못하는 나와 당신들에게’(정유정 작 ‘진이와 지니’를 읽고)는 직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글의 끝까지 끌고 가며, 이를 추천도서의 부분 부분과 잘 버무린 글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우수작 조남선씨의 ‘죽어야 할 운명임을 다시 기억하며’(샐리 티스데일 작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를 읽고)는 글솜씨는 다소 평범했지만, 응모자의 따뜻한 품성을 작품을 읽는 내내 담담히 느끼게 했다. 독후감을 왜 써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 심사위원=영남일보 이재윤·원도혁·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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