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시, 경부선 지하화 설득 근거 갖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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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3   |  발행일 2019-12-03 제31면   |  수정 2020-09-08

경부선 및 경부고속철도 대구 도심통과구간(14.6㎞) 지하화 사업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다. 그 이유는 지난 13년 동안 지상화를 위해 수천억원을 들여 서구 상리동과 수성구 만촌동에 이르는 경부고속철도 주변 정비사업(11.5㎞)을 거의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지하화를 하려면 지상화되어 있는 시설물을 왕창 뜯어내고 다시 지어야 한다. 이런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지하화 사전 타당성 용역비 35억원을 국회와 정부에 요청해놓고 있다. 지역에선 대구시의 이율배반적 행보를 매우 의아하게 보고 있다.

현재 지하화 관련 용역 예산은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에 계류되어 있다. 이 과정까진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국회의원(대구 북구을)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홍 의원은 이미 당정과 협의를 마쳤기 때문에 예결위 통과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에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여당 출마예정자들도 이 사업 성사에 올인하고 있다. 예산 규모는 지상화 예산보다 훨씬 많은 8조700억원에 이른다. 정치권의 활약과 예산 규모를 보면 입맛이 당기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대구시의 갑작스러운 정책방향 선회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손익관점만을 따져 지역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면 그에 대한 논리가 분명해야 한다. 지하화 사업이 지상화 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경제적 이득이 있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는 물론 대구시민에게도 납득시켜야 한다. 지금 대구시의 입장을 보면 분명한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가급적 지상화에 따른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겠다든가, 이미 조성된 녹지공간이 단절되지 않도록 고민하겠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혹시 지난 지방선거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대구시가 여당의 힘에 편승해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한다면 더더욱 잘못된 처사이다. 2017년 10월 새누리당(현 한국당)의 압박과 대구시의 요구로 지하화와 관련한 용역이 실시됐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당시 이 문제를 장기과제로 돌린다는 용역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지하화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도 대구시가 예산반영을 요구했다면 사정변경 이유와 합당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엄청난 사업비가 모두 국비로 충당된다고 해서 중대 사업을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비 또한 국민의 혈세이므로 마구 사용돼선 안된다. 표 구걸을 위한 정치권의 포퓰리즘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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