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1회용품 안써요” 손님 “텀블러 가져왔어요”

  • 글·사진=이명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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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7   |  발행일 2019-11-27 제11면   |  수정 2019-11-27
‘환경의 가치’ 우선하는 앞산 프리마켓 9회째 열려
손님이 에코백 60여개 기증도
판매자 “1회용품 안써요” 손님 “텀블러 가져왔어요”
최근 대구 남구 남대영기념관 앞 길가에서 열린 ‘앞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최근 대구 남구 남대영기념관 앞 길가에서 특별한 장이 열렸다.

‘앞장’(앞산에서 열리는 장터의 줄임말), 아홉 번째 이야기 ‘만추’란 슬로건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빵·샐러드·수제 잼 등 먹거리와 양초·도자기·수예품 등 물품이 가득했다. 앞산의 가을을 즐기듯 가게마다 이름표도 단풍잎으로 단장했다.

한쪽에는 두 다리와 두 자전거로 하이킹하며 여행해 ‘두두부부’라는 별명을 가진 여행가 부부의 세계 여행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에도 구경하며 사는 사람으로 붐볐다. 자세히 보면 물건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여느 프리마켓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판매자들은 그 흔한 비닐봉지를 쓰지 않는다.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구매자에겐 할인과 덤이란 혜택이 있다. 더욱이 만만찮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식용 가능한 식재료로 만든 용기를 쓰고 있는 판매자도 있었다.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손님들도 이런 풍경에 낯설지 않은 듯 했다. 미리 에코백은 기본이고 텀블러와 그릇용기를 들고 다니며 구매한 물품을 담아갔다. 떡이나 액체 음료처럼 어쩔 수 없이 개별 포장을 해야 하는 물건에 대해서조차 “왜 미리 포장을 하셨나요”라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2017년부터 앞장을 기획하고 운영해 온 김아라 아라리오 수제 잼 대표(30)는 “사람들이 빠르게 환경과 문화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에코백 60여개, 택배상자 스티로폼 25개, 아이스 팩 110개 등 아무런 대가 없이 환경을 위해 기증했다”며 놀라워했다.

앞장은 바르고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만든다는 가치로 2017년 7월에 첫 장이 열렸다. 첫 해 12개 팀이 참여하던 것이 지금은 43개 팀으로 늘어났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앞장의 가치에 공감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앞장은 앞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이런 가게를 찾을 수 있도록 동네 지도화 작업을 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앞장의 문화는 이해타산을 뛰어넘어 ‘같이’의 가치와 우리가 만들어가는 더 나은 결과에 대한 확신과 연대를 배우고 경험하는 곳”이라며 “앞장의 경험이 앞으로 청년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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