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윤의 과학으로 따져보기] 지구의 중심, 우주의 중심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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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5 07:55  |  수정 2020-09-09 14:12  |  발행일 2019-11-25 제18면
[권오윤의 과학으로 따져보기] 지구의 중심, 우주의 중심
<대구 경운중 교사>

혹시 칠레나 호주에서 만든 세계지도를 보았는가? 이 지도는 우리가 보던 지도를 뒤집어 그렸으며 중심에는 지도를 만든 나라가 자리한 낯선 모양이다. 낯선 이 지도는 이상한 지도일까? 유럽에서 만든 지도에는 우리나라가 동쪽 끝에 있고 미국 지도에는 서쪽에 그려져 있다. 정말 지구의 중심, 나아가 우주의 중심은 어디일까?

고대 로마와 현재의 미국 같은 강대국이나 서울 같은 지역은 모든 면에서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왔다. 예를 들어 고대로부터 사용된 중국이란 명칭은 공식국호가 아니라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이고 그 바깥은 오랑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 입장에서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도 동쪽 오랑캐인 동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땅이 둥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구’라는 말은 땅이 구슬모양으로 둥글다는 뜻으로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서양과학을 청나라에 소개할 때 만든 말이다. 그로부터 160년 후인 1766년, 조선의 실학자 홍대용은 지구가 둥글고 스스로 돈다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농구공을 손가락으로 돌리는 묘기를 본 적이 있는가? 이때, 공 표면의 중심은 손가락이 닿은 부분일 것이다. 아무 곳이나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둥근 지구에서 중국만이 중심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땅이 둥글다는 과학적 지식은 사상에 변화를 가져와 실학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중국이 아니라 우리도 중심일 수 있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한편 허블은 모든 은하가 우리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으며 멀리 있을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은하와 은하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하면 과거 어느 한 때는 모든 은하가 가까운 한 점에 있었다는 뜻이 된다. 만약 영화필름을 거꾸로 돌리듯 약 138억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이 모든 우주는 한 점으로 모여들 것이고 그곳이 우주의 시작점이며 중심일 것이다. 나는 그 점 안에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있는 이 지점이 바로 우주의 중심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내가 우주의 중심이며 내가 사는 이곳이 세계와 우주의 중심인 것이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좀 더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지 않을까? 너무 자만해도 안 되겠지만 이런 자존감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이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나와 다투고 있는 상대방도 나처럼 우주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란 점이다. 내가 소중한 중심이듯 옆 사람이나, 다른 나라도 세상의 중심이다. 아직도 지구가 평면이고 자신만이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반목과 전쟁을 일으키기 쉽다. 공의 표면은 어디나 중심이 될 수 있지만 평면의 중심은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여러 성현이 말씀하신 ‘남을 나처럼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모든 가르침의 핵심이며 평화의 근원이다. 나만큼 너도 소중한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학으로 따져보면 이 사실이 더욱 실감이 난다. 종교나 윤리적 가르침이 아니어도 우리는 너와 내가 다 함께 소중하다는 것을 일부는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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