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의혹' 규명 못한 1심…'만시지탄'으로 마무리

  • 입력 2019-11-22 15:57  |  수정 2019-11-22 15:57  |  발행일 2019-11-22 제1면
별장 동영상 속 인물 등 법정서 따졌으나 결론 안 내려
6년 만의 3차 수사, 공소시효 벽 못 넘어…김학의 전 차관 무죄 받고 풀려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에 대한 1차적인 사법부의 판단은 결국 속 시원한 결론 없이 '만시지탄'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났고, 건설업자 윤중천 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는 처벌받지 않았다. 모두 공소시효에 발목을잡혔다.
 

특히 의혹의 핵심인 '별장 성 접대'에 대해서는 실체 규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1심이 끝난 셈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받은 3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그 내용과 기간에 따라 나눠 일부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로 판결했다.
 

김 전 차관이 받은 '성 접대 의혹'은 윤씨에게 받은 3천만원대 금품과 함께 뇌물수수 혐의로 묶였다.
 성 접대 혐의를 두고 김 전 차관은 이른바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며 법정에서 가르마의 위치 등까지 따지며 적극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여부나, 동영상 속 인물과의 동일성 여부 등은 판단하지도 않은 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결론만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의혹에 대해서는 규명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지난 15일 먼저 1심 선고를 받은 윤중천씨의 사건에서도 비슷했다.
 

윤씨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윤씨의 사기·공갈미수 등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의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김 전 차관의 사례와 비슷하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하거나, 고소기간이 지나갔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검찰은 공소시효의 벽을 넘기 위해 피해 여성이 2013년 정신적 외상을 진단받았다는 점에 착안해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그 인과관계를 받아들이지않았다.
 

다만 윤씨의 재판부는 "윤씨는 원주 별장을 꾸미고 친분을 위해 성을 접대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성 접대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2013년 적절히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그 무렵 피고인이 적절한죄목으로 법정에 섰을 것"이라고 검찰을 질타했다.
 때 늦은 수사와 기소가 결국 적절한 사법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관련 의혹이 불거진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이미 수사를 벌였으나 김 전 차관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를 두고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듭 제기됐다.
 

이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재조사 테이블에 올렸고, 지난해 4월 검찰에 정식 조사를 권고했다.
 

세 번째 조사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거사위 내부에서 또 외압이 들어왔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과거 부실수사의 책임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클럽 '버닝썬' 사건, 고(故) 장자연씨 사건 등과 함께 권력자가 얽힌 대표적인 성 추문 사건으로 이 사건이 묶여 거론되면서 김 전 차관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 강해졌다.
 

올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주기 바란다"는 지시를 내림에 따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꾸려져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2개월여의 수사 끝에 수사단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모두 구속기소 하는 성과를 냈다.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이었다.
 

그러나 6년이라는 시간은 제대로 된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
 

수사단은 공소시효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김 전 차관과 윤씨의혐의를 구성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2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내밀며 다투지 않는 이상, 이런 판단이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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