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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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2   |  발행일 2019-11-22 제42면   |  수정 2019-11-22
선택하지 않은 세상에서 벼랑 끝 위기의 아이들
20191122

우린 마치 누군가에게 내쳐진 것처럼 버려지듯 세상에 태어난다. 부모도, 자란 환경도, 외모도, 능력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10대의 성장담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영화 ‘바람’(2009)의 이성한 감독이 또 다른 형태의 성장 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미즈타니 오사무의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한국 버전으로 옮긴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다. ‘밤의 선생’으로 불렸던 미즈타니 오사무는 실제 교사로 13년간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힘써왔고, 에세이에는 그의 교육 철학과 방법론이 고스란히 서술돼 있다. 이성한 감독은 이를 영화로 옮기면서 원작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화법으로 아이들이 중심이 된 성장 서사로 탈바꿈시켰다.

여기 외줄 타기를 하듯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지근(윤찬영), 술에 취한 아빠의 폭언과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용주(손상연), 술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도와주느라 매일 학교에 지각하는 현정(김진영), 그리고 항상 밝고 공부도 잘하지만 고아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수연(김민주)이다.


외줄 타기 하듯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10대 성장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 선생님이 내민 따뜻한 손길



교사 민재(김재철)는 그런 그들 곁에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그는 과거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힘들어했던 준영(윤찬영)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지금 곁에 있는 아이들에게 더욱 필사적으로 다가가는 중이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벼랑 끝 위기에 놓인 위태로운 아이들과 실패와 실수를 반복해도 언제나 그들 편인 교사 민재, 그들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어둠에 빠져들기 쉽다. 학교, 집, 그 어디에도 기댈곳이 없고 편히 쉴 곳 없는 아이들은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기 위해 거리를 배회한다.

민재에게 깊은 생채기로 남아있는 준영 역시 그랬다. 항상 자신을 인정해주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고대했던 준영은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람들의 안색을 먼저 살폈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좋은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애를 쓰면 쓸수록 사람들은 그를 피했고, 점점 더 고독해져갔다.

민재는 준영을 반면교사 삼아 아이들을 질책하며 선도하는 대신, 친구처럼 곁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기다려준다. 카메라는 그들과 함께 공감하고 행동하는 민재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며 누구 하나 영웅이 되지 않는, 공감과 위로의 성장담을 펼친다.

“오랜 시간 동안 상처 입은 아이들과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들에게 무한한 열정을 쏟아낸 미즈타니 선생의 올곧은 삶을 이해하고 그려내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전한 이성한 감독은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이면서 ‘어른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말했다.

어떤 씨앗이라도 심는 사람이 제대로 심고 정성스레 가꾼다면 반드시 자라서 꽃이 된다. 미즈타니 오사무는 이 말이 영화에 녹아들길 바랐다.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로 만들길 바란다는 그의 당부처럼 이 감독은 지근, 용주, 현정, 수연을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 그리고 비슷한 나이대의 이들 캐릭터를 네 배우는 진정성을 다해 담아냈다. 준영과 지근, 1인2역을 소화한 윤찬영의 연기는 그 중에서도 발군이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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