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의 마음 톡톡] ‘미세 플라스틱’ 공포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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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2   |  발행일 2019-11-22 제39면   |  수정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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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내다 버린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을 위협하고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산책로 바닥에 깔린 우레탄 플라스틱 부스러기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사진 아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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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우울하다. 가을이 깊어 낙엽이 뒹굴어서도 아니고, 국내의 어둡고 답답한 뉴스 때문도 아니다. 집앞 천변을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산책로 바닥 때문이다. 지난 18호 태풍 ‘미탁’이 휩쓸고 지나간 후였다. 산책을 나갔다가 군데군데 모여있는 노리끼리한 동그란 알맹이들을 보았다. 좁쌀 같아서 누군가 새 모이를 놓아둔 줄 알았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우레탄이 마모되면서 생긴 부스러기들이었다. 시민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시설에서 나온 플라스틱 부스러기가 바로 물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민감해져 있는 이때에 수없이 부서진 알맹이들이 신천 물속으로 쓸려 들어가고 있다. 이 부스러기들이 하수정화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흘러 흘러 하천을 거쳐 바다로 간다고 생각해보라.

1930년대부터 대체 소재 신기술 각광
가격 싸고 편리함…생활 전분야 사용

썩지 않는 제품 하천·바다로 흘러들어
식수·어류·소금 등 섞여 생명체 위협
나노 플라스틱, 인간 세포막까지 침투
마모된 알갱이 날리며 공기에도 검출
환경파괴 막는 대체재 개발 서둘러야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은 1930년대부터라고 한다. 90년 가까운 기간에 플라스틱의 신기술은 유리, 나무, 철, 종이, 섬유 등을 대체하며 각광을 받아왔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건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유연성과 탄력성, 내구성이 좋아서 여러모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매일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부터 바르고 입는 것, 건축자재와 포장자재, 전기밥솥, 냉장고, 자동차와 비행기의 본체까지 플라스틱이 쓰이게 된 것이다. 플라스틱은 싼가격에 만능으로 활용가능하다는 점과 영속성이 장점이다. 그 장점이 단점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그동안 사용하고 버렸던 플라스틱 제품들은 사라지지 않고 지구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들이 지구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었다.

그 외에도 세탁력을 높이기 위해 세제 속에 섞어 만들어내기도 하고 치약, 클렌징폼, 스크럽 속의 까끌까끌한 알갱이가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도 소재가 폴리에스터로, 알고보면 플라스틱을 섬유로 개발한 것이다. 그 옷을 세탁하면 옷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하수구를 통해 하천을 거쳐 강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은 새들이 물고기 알인 줄 알고 먹고, 플랑크톤이 먹이로 오인해 먹고 새우나 멸치같이 작은 생물이 플랑크톤을 먹으면서 먹이사슬에 의해 우리의 입으로도 들어오게 된다.

얼마전 바다 거북이 죽어서 해변으로 밀려온 것을 뉴스에서 보았다. 거북 뱃속에 비닐이 잔뜩 들어있었다. 해안으로 밀려와 죽은 고래 뱃속에서 꺼낸 플라스틱 조각과 비닐이 수북이 쌓여있는 사진도 보았다.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바닷새와 어류들도 99.8%가 플라스틱을 먹었다는 보고를 발표했다. 해양 포유동물은 플라스틱 때문에 다치거나 죽게 된다. 플라스틱을 먹은 바다생물들은 내분비교란 물질로 인해 몸 속에서 여러가지 물리적 부작용을 일으켜 죽음을 맞게 된다. 내분비교란 물질은 동물이나 사람의 몸에 들어가 호르몬처럼 작용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고 교란하는 물질을 말한다. 환경호르몬으로 호르몬 기능에 영향을 주는 체외 화학물질이다. 사람 몸속에서도 유독성 물질을 방출할 수 있다.

이제 플라스틱은 바다생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소금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소금 1㎏ 당 550~681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으며, 우리가 마시는 식수도 안전하지 않다. 놀랍게도 이미 우리는 식수, 조개류, 소금 등을 통해 매주 2천여개의 미세 플라스틱입자를 먹고 있다. 플라스틱이 햇볕에 삭아 잘게 쪼개져서 길이나 지름이 25㎜를 초과하는 플라스틱을 메크로플라스틱이라고 하고, 5~25㎜ 이하는 메조플라스틱, 5㎜ 이하인 것은 미세플라스틱이라 한다. 그보다 더 작아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1마이크로미터 미만을 나노플라스틱이라 하는데, 미세플라스틱보다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치명적이다. 우리 몸의 세포막까지 침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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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구진은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있는 킹스베이 과학기지에서 나노플라스틱이 바닷물에 녹아 있는지, 대기 중에 있는지 북극의 환경을 연구한다고 한다. 이 연구는 플라스틱이 전세계에 얼마만큼 분포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그래서 기러기들의 배설물까지 채취한다. 미세플라스틱은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는데, 바람을 타고 100㎞를 날아 사람 발길이 드문 지역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아직은 무시해도 될 정도이지만 북극에서 나노플라스틱이 확인되면 전세계에 오염에 대한 경고를 높이게 된다. 바다에 한번 흘러들면 제거할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400여개의 제품이 미세플라스틱인 마이크로 비즈를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거제 해역 바닷물 1입방에서 21만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데, 다른 나라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지구에 10초마다 버려지는 240만개의 비닐봉지는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데, 플라스틱이 우리 삶에 너무 깊이 파고들었다. 우리가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살면서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받고 플라스틱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산책로에 깔아놓은 우레탄이 폭신폭신하다고 좋아했는데, 이제 무분별하게 깔아 놓은 이것이 골칫거리가 되었다. 우레탄이 햇볕과 바람과 비에 점점 마모되면서 부서져 나오는 좁쌀 같은 저 알갱이들 어쩌면 좋겠는가. 미세플라스틱은 중금속을 끌어 당긴다는데.

미세플라스틱 해결방안은 플라스틱의 재료를 생물성 재료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환경에 피해도 덜 주며 재료는 옥수수, 사탕수수, 쌀과 같은 곡식에서 주로 얻는다. 자연환경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으니 환경에 피해도 덜 주는 대체재를 서둘러 개발해야한다. 환경보호자도 아닌 내가 자꾸 지구환경에 마음이 가고 근심을 하는 것은 이 땅이 많이 오염되어 내 몸으로 보고 느끼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돌려 어두운 마음을 천변에 곱게 물든 나뭇잎을 보며 가을에 발 담가 본다.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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