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자전거 문제 대비도 없이, 대구시 도입에만‘속도전’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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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2 07:25  |  수정 2019-11-22 07:25  |  발행일 2019-11-22 제6면
서울 등 타 시·도 성공사례 있지만
업체 경영난에 고철덩어리 전락도
2년전 시범운영 자전거 방치중인데
대구시“시민요청 많아 더 못미뤄”
공유자전거 문제 대비도 없이, 대구시 도입에만‘속도전’
21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청라언덕역 2번 출구 인근 자전거 보관소. 공유자전거로 쓰이던 자전거가 녹이 슨 채 방치돼 있다.

대구시가 내년 초 공유자전거 도입을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선 공유자전거를 먼저 도입한 타 시·도의 문제가 대구에서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열렸던 ‘2019년 제3차 대구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포럼’에서 교통정책과는 “민간업체를 통해 공유 전기자전거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관련법령을 검토 중이고, 공공자전거 운영방안 전반에 대한 연구과제를 대경연구원에 의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의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유자전거제도는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의 ‘따릉이’는 서비스 시작 4년 만에 누적 이용 건수가 3천만건을 넘어섰다. 2015년 11만4천여건이던 대여건수는 지난해 1천만건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9월까지 1천400만여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자전거 열풍이 거센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운영·관리에 있어 다양한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무책임한 사용으로 자전거가 파손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도난사건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엔 통행 보행로에 불법주차 된 공유자전거에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가 붙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정한 반납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가 임의로 편한 장소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스마트폰 앱으로 반납처리만 하고 가는 것이다.

해외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도심 곳곳에 자전거가 흉물로 방치된 경우가 없지 않다. 2017년 수원시는 중국 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공유자전거 1천여대를 도입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운영을 중단, 수원시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같은 해 부산시 역시 중국의 기업으로부터 자전거 3천여대를 도입했지만, 6개월 만에 예고없이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수천대의 자전거가 고철덩어리 신세로 전락했다.

대구에서도 민간업체 주도로 공유자전거가 시범운행된 사례가 있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사라졌다. 2017년 7월 싱가포르 한 기업이 60대의 자전거를 대구 경상감영공원 일대에 배치했다. 현재는 정확한 위치도 파악이 힘든 상황이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지도상에 표시되는 장소를 가 본 결과, 자전거를 찾을 수 없었다. 19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청라언덕역 2번 출구 인근 자전거 보관소. 오래된 자전거 한 대가 눈에 띄었지만, 사용한 지 한참이 된 듯 몸체는 녹이 슬어 있었고, 사용 안내 팻말은 뜯겨져 있었다.

대구시는 공유자전거 도입에 앞서 이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만들기보다 조기도입에 급급하고 있다. 공유자전거의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상황이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자전거 300여대를 제외하면 공공부문에서 대여할 수 있는 자전거가 없다. 자전거 도로 인프라를 구축하고도 공유자전거가 없어 시민들의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공유자전거를 경쟁적으로 도입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 지적한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는 “민간위탁업체를 선정할 때 위험요소를 고려해 안전장치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시민은 공공재는 나만이 아닌 모두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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