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운동화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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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1   |  발행일 2019-11-21 제31면   |  수정 2019-11-21

과거에 특별한 날에만 신던 운동화의 위상이 달라졌다. 운동화는 운동하거나 편하게 신는 신발에서 때가 되면 꼭 사야 하는 패션 상품 또는 가장 잘 팔리는 잇템(it item)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지난 8일 우리나라 운동화 시장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점령했다. 얼마 전 군대를 전역한 모 가수가 패션업계와 손을 잡고 발매한 운동화가 당일 판매된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의 유명한 패션거리의 운동화 가게는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신제품 운동화를 사려는 사람들로 400m가량 줄이 이어졌다고 한다. 모 가수의 이름을 앞세워 한정판으로 발매된 검정·빨강 신발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21만9천원인 정가의 15배까지 치솟았다.

인기 사이즈 신발의 리셀(resell) 가격은 한때 수백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한정판으로 판매한 운동화는 현재까지 온라인에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심지어 전생에 나라를 두세번은 구해야 살 수 있다는 신발도 있을 정도다.

유명 브랜드 운동화 투자는 이웃 중국에서 더욱 성행하고 있다. ‘비단장사 왕서방의 피’를 물려 받은 중국 젊은이들은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을 제치고 유명 브랜드 운동화 투자를 최고 상품으로 손꼽고 있다. 이들은 하룻밤 동안 줄을 서서 구입한 특정 브랜드 운동화를 모바일 앱 운동화 전문 플랫폼을 통해 다시 판매하는 방법으로 며칠 만에 구입가의 10~15배 수익을 올린다. 최초 판매가격이 1천999위안인 특정 운동화의 경우 두 배가 넘는 4천400위안에 파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만큼 쉽다고 한다. 지난달 금융투자 전문지 상하이증권보는 허난성 정저우의 어느 중학생이 운동화 투자로 매월 1만여위안(170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린다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20대 청년은 2012년 2천위안에 구입한 유명브랜드 운동화를 5만위안(800만원)에 내놨다. 지난 7월 골동품·희귀본·미술품을 취급하는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는 1972년 출시한 유명 브랜드 운동화 한 켤례가 신발 경매 사상 최고가인 5억원에 낙찰됐다. 운동화 한 켤레를 구입하기 위해 몇달간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야 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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