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향이 들려주는 쇼스타코비치 대작‘레닌그라드’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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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0   |  발행일 2019-11-20 제23면   |  수정 2019-11-20
22일 대구콘서트하우스서 연주회
용암 분출하는 듯한 압도적인 음향
연주자 100여명…화려한 편성 특징
“스탈린시대 공포정치·희망 그려”
대구시향이 들려주는 쇼스타코비치 대작‘레닌그라드’
22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연주 시간 75분의 대작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7번’을 지휘하는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화려한 편성과 압도적 음향을 자랑하는 쇼스타코비치의 대작 ‘교향곡 제7번-레닌그라드’가 대구시향 제461회 정기연주회(22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연주된다.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는 대구시향의 단독 무대이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침략과 스탈린의 공포정치로 황폐해진 레닌그라드에 관한 음악이다.

이 교향곡 제7번은 그의 교향곡 가운데 75분에 이르는 가장 긴 연주 시간에다 호른 8대, 트럼펫과 트롬본 각 6대, 하프 2대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편성의 곡이다.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만 100명이 넘는다.

1941년 6월 독일군의 소련 침공이 시작되고, 7월 히틀러가 이끄는 대군이 제정 러시아의 수도이자 소련의 제2도시인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로 진격해왔다. 레닌그라드는 쇼스타코비치의 고향이기도 한데, 독일군의 포위로 위기에 처한 레닌그라드의 방위전을 눈앞에서 생생히 목격한 그는 이 무렵 ‘교향곡 제7번’을 작곡했다.

곡은 총 4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전쟁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 제1악장이 30분 정도 차지한다. 그리고 쇼스타코비치가 ‘유쾌한 일이나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재미난 에피소드에 관한 추억을 회상한 것’이라고 표현한 제2악장,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혜에 대한 외경의 마음’이라고 표현한 제3악장이 이어진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마치 승리를 나타내는 것처럼 화려한 금관악기의 팡파르와 전 악기의 힘찬 연주 속에 팀파니의 강렬한 두드림으로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다.

쇼스타코비치가 음악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구성한 이 곡은 관현악의 혁명가로 불리는 베를리오즈의 음악에서 볼 법한 거대함과 용암처럼 분출하는 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효과는 상당히 표면적이며, 교향곡의 필수 요소인 긴밀한 구성은 결여되어 있다. 본질적으로 교향곡이라기보다 방대한 규모의 모음곡에 가깝다.

줄리안 코바체프는 “예술이 국가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던 스탈린 시대에 쇼스타코비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위태로운 곡예사나 다름없었다. 그의 작품에는 이러한 작곡가의 갈등과 고뇌가 깊이 새겨져 있다. 과거 레닌그라드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였고, 이 아름다운 도시의 시민들이 공포정치와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모습을 본 쇼스타코비치는 그 참상을 전하는 동시에 폐허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053)250-1475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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