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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실패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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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9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많이 보는,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나 수능을 망친 수험생을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잘못 인식되고 있는 실패의 진정한 뜻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실패는 누구나 흔하게 겪음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참뜻이 오해 받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아마도 실패가 주는 충격과 비탄이 깊은 성찰을 막고 진짜 루저(loser)로 만들기 때문이리라.

실패란 ‘인간이 행한 행위가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성공은 그 반대로 ‘목적한 바를 이룬 상태’다. 프린스턴대학 심리학자 조하네스 하우스호퍼에 따르면, 우리의 인생에서 성공을 즐기는 시기는 의외로 짧고 대부분의 시간은 실패하고 이를 극복하는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성공한 시간은 자기변화 없이 정체된 시기인 반면, 실패의 시간은 역동적이고 변화의 시기라고 특징짓는다. 결론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든 실패한 사람이든 우리의 인생은 대부분 실패로 점철되어 있고 이는 전체적으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전 회장은 대학입시에 두 번 떨어지고 1994년 처음 창업한 통번역회사는 얼마 안가 파산했고 인터넷 전화번호부사업 또한 연이어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경험을 밑천 삼아 1999년 창업한 알리바바가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개인의 삶이 이럴진대 사회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75%의 미국 벤처기업들은 투자 받은 돈을 돌려주지 못한 채 망하고 있고,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71.4%가 5년 안에 폐업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사업가들은 평균 2.8회의 창업실패 끝에 성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통계를 보면 실패란 우리 삶에서 일상이고 누구나 힘들게 겪는, 나만의 고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패는 당연하고 성공은 어렵게 찾아온다.

문제의 핵심은 다음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데 있다. 실패경험을 성찰하고 제대로 배우면 반복된 실패를 하지 않고,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페일콘(FailCon), 즉 실패 콘퍼런스가 자주 열린다. 이 자리에는 벤처사업가들이 모여 자신의 실패담을 나누고 실패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MBA과정에서 흔히 가르치는 성공사례는 자신의 성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자신이나 남이 저지른 실수와 잘못된 판단에는 그 바닥에 깔린 공통적인 사고방식의 문제가 매우 영양가 높은 보양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대상 1순위로 두 번 실패한 창업가를 꼽는다. 실패경험은 성공을 위한 최상의 밑거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가장 훌륭한 일은 모험과 도전정신입니다. 그래서 실패는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3M의 전설적인 경영자 윌리엄 맥나이트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하지만 실패해서 기분 좋을 수는 없다. 잠시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냉정하게 실패수익률(Return On Failure)을 계산해야 한다. 실패경험으로부터 가치를 정밀하게 추출하자는 것이다. 실패수익률의 분모는 투자자원의 가치이고 분자는 실패경험에서 얻은 자산이다. 투자자원의 가치가 적을수록, 실패경험에서 얻은 자산의 가치가 높을수록 실패수익률은 높아진다. 실패경험에서 얻은 자산은 고객과 시장정보, 회사조직의 문제점 파악, 회사의 전반적인 활동, 즉 연구·개발 및 영업활동 등에 관련한 문제점이다. 수능에 실패한 수험생 역시 실패수익률을 계산하면 매우 도움이 된다. 그러자면 입시에 임했던 자신의 모든 활동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실패는 모든 사람이 겪어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최대 가치를 뽑아낼 때 덜 고통스럽다. 다음의 실패확률을 줄이고 성공을 예약하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가 없다면 성공도 없다는 인생의 금언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로또가 아니고, 실패는 미래가 없는 이 세상의 끝도 아니다.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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