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Ⅳ-미국을 가다 .1] 미국대학의 과거, 현재, 미래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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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9   |  발행일 2019-11-19 제6면   |  수정 2020-06-26
세계대학 평가서 압도적 톱10…경제·산업 이끄는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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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독립 140년 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대학인 하버드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미국 고등교육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중앙도서관인 와이드너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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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의 기초·응용학문을 연구하는 과학센터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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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는 보스턴의 관광명소로 학부생들이 1시간 단위로 관광객을 위해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 대학랭킹에서 미국대학들은 압도적으로 상위에 랭크돼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대학 랭킹 평가는 미국의 US News & World Reports, 중국 상하이교통대학의 ARWU(Academic Ranking World Universities),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와 The Times의 THE 랭킹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US News & World Reports의 2020세계대학 랭킹에서 미국대학은 1위 하버드대를 비롯, 10위 워싱턴대까지 8개 대학이 톱10에 들었다. 나머지는 5위 옥스퍼드대와 9위 캠브리지대 등 영국이 두 개 대학 이름을 올렸다. 중국 상하이교통대학의 2019세계대학 랭킹에도 1위 하버드대를 비롯, 10위 시카고대까지 톱10에 미국대학은 무려 9개 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7위로 유일한 비미국대학이었다. 평가기관이 영국인 2020QS는 톱10에 미국 5개, 영국 4개, 스위스 1개 대학이었고, 2020THE는 미국 7개, 영국 3개 대학으로 전세계 일류대학 상위랭킹은 미국이 휩쓸고 있다. 미국이 독립하기도 전인 1636년에 설립된 하버드대(당시 명칭 New College)가 최초의 대학으로 유럽에 비해 일천한 대학역사를 가진 미국이지만 21세기 대학은 미국이 표준이라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이 많다는 것은 그에 비례해 그 나라의 대학교육 수준과 연구력이 높다는 방증이다. 오늘날 미국이 전세계 경제와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대학의 탁월성이 근본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미국대학의 성장배경과 경쟁력을 현지취재를 통해 살펴본다.

美 첫 대학 하버드 1636년 설립
그 후로 아이비리그 8개大 생겨
1800년대 모릴법 덕에 학교 증가
농업 등 실용 분야 인재육성 중점
정부 2차세계대전 후 연구비 지원
1980년대에 유럽대학 능가 발판


◆최초의 대학 하버드대

현대의 대학은 중세 시대 성직자 양성기관에서 진화한 유럽의 중세 대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1088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이 최초의 대학으로 꼽힌다. 미국 최초의 대학은 1636년에 설립된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Harvard)대학이다. 미국독립(1776년) 140년 전에 설립된 하버드대학은 유럽과 영국의 초기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성직자를 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신교도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청교도들이 영국기후와 비슷한 매사추세츠 보스턴 남쪽지역에 정착한 뒤 그들의 청교도 정신을 이어갈 목회자 양성을 위해 하버드대학을 설립했다. 매사추세츠주를 비롯, 뉴햄프셔·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버먼트·메인주 등은 영국과 기후가 비슷한 탓에 초기 영국계 이주민이 많이 정착해 뉴잉글랜드로 불리는 지역이다. 하버드대학 설립 후 예일대(1701년), 펜실베이니아대(1740년), 프린스턴대(1746년), 컬럼비아대(1754년), 브라운대(1764년), 다트머스대(1769년) 등이 잇따라 설립됐다. 이들 대학은 미국 독립후 개교한 코넬대(1865년)와 더불어 미국 북동부에 있는 8개의 명문 사립대학인 아이비리그(Ivy League)라 불리게 된다. 아이비리그대학은 아니지만 매사추세츠공대(MIT), 시카고대, 듀크대, 존스홉킨스대 등 미국 동북부에는 명문대가 많은 것은 이같은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뉴잉글랜드지역은 초기부터 영국계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미국인들의 마음의 고향이자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는 곳으로 미국대학의 모습은 하버드대를 중심으로 한 보스턴지역, 나아가 뉴잉글랜드지역 대학을 원형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모릴법으로 양적 팽창

이 후 미국은 서부개척과 인구증가로 늘어난 고등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주립대학과 자산가들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사립대들이 하나둘씩 설립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주정부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고등교육기관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된다. 대학난립으로 설립과 폐교가 반복되고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교육 발전사의 중요한 전기가 되는 소위 모릴법(Morill Act)이 탄생하면서 미국대학은 양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

모릴법은 미국 하원의원인 J.S.모릴이 발의해 가결된 두 개의 법률이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2년과 1890년 두차례 모릴법으로 주립대학의 건립과 확장을 쉽게 할 수 있게 한 법이다. 당시 연방정부에서 각 주에 3만 에이커(최대 9만 에이커·1에이커는 약 4천047㎡)의 국유지를 기부하고 주정부에서 이를 바탕으로 기존 주립대를 확대·개편하거나 신설하도록 했다. 1차 모릴법(1862년)은 당시 수요가 폭증하던 농업 및 공업분야 인력양성을 위해 주정부가 주립대학을 통해 중산층과 노동층 자녀들이 실용교육을 받도록 했다. 2차 모릴법(1890년)은 같은 방식으로 남부지역에 흑인들의 교육을 위해 단과대학을 설립하도록 했으며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의 모든 주로 확산됐다. 이 모릴법에 의해 전국에 100개 이상의 주립대가 확대·개편되거나 새로 설립됐다. 이 모릴법의 영향은 주립대뿐만 아니라 동북부의 명문사립대학인 코넬대학과 MIT도 혜택을 받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초기 대학들이 대부분 성직자 양성을 위한 인문교양예술 중심의 대학이라면 이 모릴법에 의해 탄생한 대학은 대부분 농업과 공업 등 실용적인 분야 인재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당시 급성장하는 미국의 산업수요와 농업수요에 필요한 맞춤형 인력을 공급하면서 대학의 팽창과 함께 미국이 급성장하는 바탕이 됐다.

◆2차 대전 전후 질적 성장

미국대학은 20세기 초반까지 약 300년 동안 많은 성장을 이루고 있었지만 영국이나 유럽대학에 비해서는 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대학설립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데다 유럽대학과 달리 연방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의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정신에 따라 가능한 한 연방정부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교육 또한 예외는 아니다. 연방정부의 고등교육기관 지원에 대해서 미국내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연방정부의 간섭배제라는 독립정신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은 연방정부와 대학과의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국제전쟁 속에서 전쟁수행에 필요한 무기개발, 공중보건, 경제개발 및 재건 등을 위한 목적으로 연방정부는 대학과 대학교수에게 많은 연구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기조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한 후에도 지속됐다. 전쟁을 통해 응용과학뿐만 아니라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연방정부는 전례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대학과 진행하게 된다. 미국은 2차 대전 후 세계의 패권국가로 떠오르면서 지속적으로 군사적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나아가 평화시대 경제성장과 미국국민들을 비롯한 인류의 삶의 복지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적극 나서면서 대학과 연방정부와의 관계는 더 밀접해졌다. 연방정부의 대표적인 대학지원 기관은 국립과학재단(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다. 1950년 의회가 ‘과학의 진보를 촉진하고, 국가 건강, 번영 및 복지를 향상시키며, 국방을 확보하기 위해’만든 독립된 연방 기관이다. 대학에 미국 경제와 관련된 연구, 국가 안보 강화, 글로벌 리더십 유지를 위한 지식 향상 등의 프로젝트에 예산을 지원한다. 연간 예산이 81억 달러(2019년 회계 연도)인 NSF가 미국 대학에 지원한 기초 연구비는 미국의 대학이 수행하는 모든 연방 지원 기본 연구비의 약 27%를 차지한다. 수학, 컴퓨터 과학 및 사회 과학과 같은 많은 분야에서 NSF는 연방 지원의 주요 자금줄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NSF가 자금을 지원한 연구원들은 약 236개의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기타 수많은 기초과학 관련 상을 수상했다. 미국대학들은 연방정부의 든든한 지원에다 자산가들의 기부금 등이 쌓이면서 재정적으로 유럽대학을 능가하게 됐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연구능력 향상으로 이어져 1980년대를 전후해 미국대학 상당수가 유럽대학을 능가하거나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되면서 이제는 세계대학 상위랭킹을 독차지하는 환경에 이르렀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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