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검찰·정부 모두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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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6   |  발행일 2019-11-16 제23면   |  수정 2020-09-08

조국 전 법무장관이 14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8시간 동안 조 전 장관은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저와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의혹의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다만 진술 거부뿐만 아니라 △수능날 △비밀통로를 통해 △비공개로 소환조사를 받은 것에서 여태껏 조 전 장관을 덧씌워온 특권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국민 눈에 구차하게 보인 것은 도리어 조 전 장관이었다.

조 전 장관에게 이 정부 개혁의 아이콘이란 상징성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처신을 해야할 책무도 있다. 일련의 소환 과정에서 보여준 조 전 장관의 태도에는 그런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 추가 소환이 있다니 그 때는 ‘특혜 없는 조사’ ‘당당한 조국’의 모습을 기대한다. 지하주차장 비공개 통로 이용, 묵비권 행사는 과거 그의 발언을 일일이 들춰내지 않더라도 특혜·특권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 태도에도 아쉬움이 있다.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자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을 행사해온 검찰이 어느 날 갑자기 왜 개혁의 대상이 됐나. ‘(수사)할 것은 안 하고, 안 할 것은 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별건수사, 먼지털이수사는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검찰 수사가 과도하고 집요하다는 지적이 부담됐을까. 수사 79일, 장관직 사퇴 한 달 만의 소환 날이 왜 하필 수능일인가. 관심을 분산시켰다는 의심이 간다. 모든 피의자는 1층 현관으로 들어오는 게 원칙이다. 비공개는 소환 일시를 미리 알리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다. 두 특혜 모두 조 전 장관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검찰의 원칙이 흔들렸다. 혹 여론의 화살이 쏟아지는 곳으로 조국이 향하도록 방치한 건 아닌가. 그건 너무 정략적이다.

조 전 장관이 조사 받는 당일 법무부가 ‘검찰 직제 개편안 및 사무 보고 규칙 개정안’을 발표한 것은 황당한 일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41개를 연말까지 폐지한단다.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형식이 잘못됐다. 검찰과 한 마디 협의 없이 조국 조사 당일 전격 발표한 것은 졸속이고, 압박용 의도라 의심된다.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검찰의 격분이 검찰개혁 반발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개혁 및 조국수사와 관련해 검찰, 정부, 정치권, 청와대 안팎에서 조직 이기주의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행동이 빈발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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