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 난이도 조절, 더이상 실패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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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5   |  발행일 2019-11-15 제23면   |  수정 2020-09-08

14일 실시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마무리됐다. ‘불수능’이라 불렸던 전년도 수능과 같은 초고난도 문항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불수능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국어영역이 올해는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교사와 입시업체들도 국어, 수학 등 입시 성패를 좌우하는 과목에서 작년이나 올해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와 난이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변별력을 잃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수능 응시인원은 역대 최저이지만 지난해 불수능의 여파로 졸업생이 증가해 상위권에서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단 지난해와 같은 불수능으로 인한 큰 혼란은 막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깜깜이전형’ ‘금수저전형’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수시전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에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능에 매달린다. 하지만 이 또한 매년 반복되는 ‘불수능’ ‘물수능’으로 원성이 컸다. 대학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수능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가 출제돼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시험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선행돼야 한다. 수능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입시현장에서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눈치작전만 양산하게 만든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 이로 인해 대학 입시 전반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 있다. 수험생이 문제의 난이도를 예측할 수 있다면 물수능이든 불수능이든 상대평가제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능을 앞두고 수능 출제본부는 매년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 그간의 출제기조를 유지하면서 난이도를 조절한 문제를 출제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정작 시험을 치른 수험생의 반응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가 쉽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실제 채점 결과는 어렵게 나온 사례가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문가의 예측마저 깨뜨리는 ‘고무줄 난이도’ 때문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이 입는다.

지난달 정부가 서울 상위권 대학의 정시 확대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수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가 수능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난이도 조절 실패로 인한 혼란을 더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당장 내년 수능부터라도 난이도에 대한 정확한 수준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과 학부모도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올바른 준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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