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일본 가짜뉴스와 혐한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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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1   |  발행일 2019-11-11 제31면   |  수정 2019-11-11

한일관계가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일본 내 혐한(嫌韓)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혐한을 부추기는 데는 일본의 각종 매체와 서적의 가짜뉴스가 큰 역할을 한다. 혐한이란 용어는 1992년부터 일본 미디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한일관계가 나빠지면서 혐한 출판물은 급증했다. 증오표현(hate speech)을 동반한 시위도 적지 않다. 2005년 이후 최근까지 출판된 혐한서적은 약 60개 출판사에서 200종이 넘는다. 팔린 책만 100만부 이상이다. 쟁점별로는 위안부와 영토, 역사교과서 문제 등이 많다.

혐한 현상은 한일관계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상대적 쇠퇴, 일본경제 악화, 깔보던 한국의 추격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엔 가짜뉴스가 더욱 범람하고 있다. 약 열흘 전 일본의 상징적 문화재인 오키나와 슈리성(首里城) 화재와 지난 7월 33명의 사망자를 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화재가 한국인의 방화 때문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일본 주간지들은 ‘한국 붕괴 직전, 문재인 대통령은 일절 듣는 귀를 갖고 있지 않다’라는 혐한 기사를 마구 내보내고 있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펴낸 ‘문재인이라는 재액(災厄)’을 비롯한 혐한 서적은 도쿄 대형서점마다 진열되어 있다. 몇 달 전엔 주한 일본 대사관에 총알과 함께 한국인을 사냥하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다.

일본의 혐한 분위기에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45만 여명의 재일 동포들이다. 이들에 대한 차별대우는 상당하다. 일본에서는 2016년 이른바 ‘헤이트스피치 대책법’제정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난 것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정상을 되찾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동포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재일 한국인 대상 증오 표현과 데모로 인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이들에게 행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부당한 차별이 드러나면 일본정부에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현안을 풀어가면서 할 말은 당당하게 하는 것이 정상국가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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