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론’ 못 벗어나면 보수집권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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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1   |  발행일 2019-11-11 제31면   |  수정 2020-09-08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보수통합을 위한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변혁 대표가 지난 7일 전화통화를 한 뒤 한국당이 먼저 당내 기구로 가칭 ‘통합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통합추진단은 앞으로 보수통합의 방향을 결정하고, 변혁의 대화 파트너로 나선다. 변혁 측은 아직 대화 창구를 지정하지 않은 상태다. 변혁이 실무팀을 구성해 창구를 만들어야 한국당 통합추진단도 실무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보수통합의 최대 의제는 유 대표가 제기한 ‘3대 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원칙을 한국당이 흔쾌히 수용하면 보수통합은 물 흐르듯 진행될 것이지만, 한국당내 ‘친박(박근혜)’ 세력 상당수는 아직도 박근혜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배신자로 여기고 있어 3대 원칙 수용과정에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당이 탄핵론과 관련해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의제를 자의든 타의든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갈 경우 선거에 필패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집권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세월호 수사’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한국당이 한발 더 나아가 친박과 최순실, 배신자같은 암울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다시 각인시키면 보수정당은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그럴 경우 총선은 두말할 것도 없고 차기 대선까지 망치게 된다. 만약 2022년 대선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집권여당으로부터 박근혜 탄핵에 대한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그 때도 지금처럼 우물쭈물 넘어갈 것인가. 한국당은 보수통합에 실패하더라도 탄핵의 강은 하루빨리 건너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당이 통합추진단 단장으로 5선의 원유철 의원을 내정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원 의원은 박근혜 탄핵에 정반대 입장을 가진 유 대표와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도 호흡을 맞춰본 사람이다. 그러나 누가 단장을 맡든 보수통합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현재 황 대표가 중도·보수 세력을 비롯해 당내 중진의원들과 만나 통합의 대의에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데,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리고 변혁 내 호남출신 의원들의 통합 반대 기류도 만만찮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합추진단은 ‘난산 끝에 옥동자를 얻는다’는 말도 있듯이, 여러 가지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서 전 국민을 포용하는 제3의 길을 잘 모색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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