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중심 일반 명문高 부활 가능성 배제 못해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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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3면   |  수정 2019-11-08
자사고·외고·국제고, 2025년 일반고 일괄전환
20191108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셋째)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인해 고교 서열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책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에 이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상향 평준화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國·英·數 몰입 입시위주 교육 부작용에
고교평준화 시대로 사실상 되돌린 상황
백년대계 교육정책 신중 접근 목소리도

“文정부, 일부 문제를 전체로 일반화시켜”
지역 사립 자사고, 의견 취합 전달 계획


◆사교육 과열, 입시 위주 운영

자사고·외고·국제고는 본래 설립 취지와 다르게 입시 위주로 운영되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사교육 부담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자사고와 특목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경우 사교육 참여율이 각각 78.8%, 82.4%로 일반고(69.5%)보다 높았다. 사교육비도 자사고(42만5천원), 특목고(49만3천원)가 일반고(29만6천원)보다 많았다.

학교 내 교육 과정 또한 입시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교육부가 전국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수합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학년도 기준 전국 46개 자사고 중 63%(29개교)가 권장 기준 이상으로 국어·영어·수학 교과를 편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고·국제고의 경우 외국어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목적과 달리 해당 계열로 진학하는 경우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학년도 기준, 이공계로 96.8%가 진학한 과학고와 달리 외고·국제고의 경우 각각 40%, 19.2%만이 어문계열로 진학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시점은 2025년 3월이다. 전환 이후 이들 학교에 대한 학생 선발은 현재 일반고와 동일하다. 학교 명칭 또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특성화된 교육과정 운영 또한 가능하다. 올해 일반고로 전환한 부산국제외국어고도 학교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신입생에는 일반고 교육과정을 적용하며, 기존 재학생은 외국어고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고 전환에서 제외된 과학고, 영재학교는 선발 방식 등을 개선해 고입을 위한 사교육 과열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영재학교의 지필 평가 폐지, 입학전형에 대한 사교육영향평가 실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시 고교 평준화로 회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를 위해 만들어진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고교 평준화’ 로 돌아가게 됐다. 이들 학교는 모두 고교 평준화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시행 전후, 학력 하향 평준화가 우려되면서, 1983년 과고를 시작으로 1984년 외고가 설립됐고, 1986년 과고, 1992년 외고가 특목고로 지정됐다. 국제고는 1998년 특목고로 설립됐다. 2001년 도입된 자사고도 학생의 학교 선택권 확대를 위해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있어 자율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대입에서 이들 학교를 대학에서 우대한다는 논란이 있었던 만큼,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계적 전환이 아닌 일괄 전환이 추진되면서 다소 정책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 추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폐지되면서, 시급해진 건 일반고의 역량 강화다. 교육부가 최근 정시 확대 방침을 발표한 데다 이들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이 학교들을 대체할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대구도 수성구를 중심으로 한 과거 명문 일반고들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에 맞춰 일반고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5년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전국 시·도 교육청에 학교교육과정 설계 및 학생·학부모 대상 진로·진학 업무를 전담하는 교육과정 지원팀을 설치하고, 단위학교별 진로설계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를 강화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단위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교과특성화학교(과학·예술 등 특정 분야의 심화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일반고)를 확대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교원 증원도 추진한다.

◆잠잠한 지역 분위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일반고 전환 대상 학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자사고인 대구 계성고와 대건고는 아직까지 교육부 발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대건고 관계자는 “설립 취지부터 자사고를 운영하겠다는 재단의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정부 발표에 대해서는 자사고연합회 등 전국 자사고와 함께 의견을 모아서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계성고 관계자는 “정책 방향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이 모순된다고 본다. 고교학점제 등을 성실하게 추진한 게 자사고인데 몇개 자사고의 문제 때문에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시키고 폐지한다는 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외고, 경북외고의 경우, 서울의 주요 외고와 달리 공립이어서 일반고 전환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 전환 직전에 신설되는 대구국제고(정원 360명)의 개교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대구국제고는 전국 최초의 중국 및 다문화 중심 공립 특수목적고로 2021년 대구 북구 도남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설 예정이다. 교육부 발표와 상관없이 당초 계획대로 국제고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게 대구시교육청의 계획이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대구국제고는 이미 특목고로 승인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특목고와 똑같이 운영할 계획이다. (일반고) 전환이 된다면 교육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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