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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더 큰 미래를 위한 현실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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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3


신공항, 버스·택시처럼 인식

막연한 심리적 거리감에 천착

경북에 뺏긴다는 사고는 금물

인구감소·생산기능 위축 대구

성장잠재력을 깨우는 모멘텀

최수경 사회부 차장
정부가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을 발표한지 3년째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선결과제이자 최대 쟁점인 K2 이전지가 결정나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K2와 함께 옮겨져야 할 대구공항을 붙잡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계속 그 틈을 비집고 나온다. 군위 또는 의성군에 번듯한 공항을 지어 더 큰 도시의 밑그림을 그려보자는 대구시와 충돌하는 구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공항을 매개로, 대구의 미래를 나름 설계하려 고민하는 모습은 분명 긍정적 자산이다.

이젠 접근방식에 있어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됐다. 도심공항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일념하에 공항을 반드시 품에 꼭 안고 가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을 냉정하게 살피고, 그 틀속에서 실익을 챙기는 방안도 진중히 고민해야 한다. 공항 존치를 외치는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혹시 공항을 시내버스나 택시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요?”라고. 아무리 공항 이용객이 늘었다해도 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대구공항 여객 특성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 70%가 1년에 1~2회 이용한다. 대구 도심을 벗어난 근교로 공항이 옮겨가도 일년에 몇 번 안되는 ‘공항가는 길’이 그리 감내하기 힘들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항이 언제든 이용이 가능한 도심 한 가운데 지금처럼 자리잡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걸까. 공항 연결 철도와 도로 기술은 등한시 한 채 막연한 심리적 거리감만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톺아볼 필요가 있다.

공항 존치론자들은 내색은 않지만 경북에 공항을 뺏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2014년 한뿌리상생위원회를 출범시켜 5년간 지속돼 온 대구경북 상생협력사업은 재고해봐야 한다. 신공항은 상생협력사업목록에서 상징성이 가장 크고, 사업규모도 단연 최대다. 본심이 그렇다면 영혼없는 상생협력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대구공항이 ‘동남아 나들이용’으로 폄훼되고 있는 상황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금의 활주로와 취항가능한 비행기 기종을 감안하면, 대구공항을 이륙해 6시간이상을 비행하지 못한다. 방콕이 마지노선이다. 같은 동남아라도 싱가포르·자카르타행은 엄두도 못내고, 북미 및 유럽 취항은 언감생심이다. 여객수송 일변도에서 물류 공항·경제 공항으로 대구공항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도 귀기울여한다.

대구공항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몰이해는 사업추진의 또다른 중대 걸림돌이다.

시민들은 대구공항 이전 문제가 나오면 항상 민항에만 초점을 맞춘다. 정작 대구공항에서 군공항(국방부)이 실질적 주인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민항은 K2에 세들어 있는 신세여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활주로와 유도로는 K2로부터 빌려 쓴다. 관제탑은 같이 쓴다. 현행법상 불가능하지만 활주로 등 일부 시설을 그대로 두고 군공항만 옮긴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온전히 이 시설을 유지하긴 어렵다. 2013년 제정된 군공항 이전 특별법(기부 대 양여방식)에 따라 활주로 등 K2 후적지(토지가치 9조2천700억원)를 개발해서 신공항 건설비를 마련해야 한다. 도심확장의 걸림돌인 K2이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민항만 있게되면 고도제한 규제를 받는 지역은 3배이상 늘어난다. 아쉽지만 민항 존치논쟁을 계속 전개하기엔 산적해 있는 과제가 너무 많다. 이전지가 결정되면 K2에만 쏠려있는 관심을 빨리 민항쪽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공항 접근성을 조기에 개선시키고, K2 후적지 개발계획이 잘 짜이도록 두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도 시민의 몫이다. 필요하다면 국비까지 최대한 끌어와야 한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고전경제학속 ‘세이의 법칙(Say’s law)’을 신봉하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미래 도시의 운명은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미래를 위한 혁신적 사고로 시민을 중무장시키는 것은 불가하다. 다만 신공항이 인구감소, 바닥을 드러낸 생산기능 등 나날이 쇠락해가는 대구의 성장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모멘텀이라는 점은 분명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수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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