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SF로 인한 값 급락, 양돈업계 체질개선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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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1   |  발행일 2019-10-21 제31면   |  수정 2020-09-08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인해 돼지고기 값이 급락하고 있다. 대규모 돼지 살처분에 따른 품귀현상으로 돼지고기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ASF 발생 후 잠시 가격이 치솟은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기준 지난달 평균가격보다 40% 가까이 주저앉았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떨어졌다. 정부의 이동금지 명령을 우려한 양돈농가들이 돼지를 한꺼번에 출하한 데다 ASF의 영향으로 소비는 줄어든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살처분을 한 양돈농가들은 물론 관련업계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ASF가 덮치기 전에도 국내 양돈시장은 총체적 난국에 봉착해 있었다. 돼지고기 값은 양돈농가의 사육마릿수 증가, 수입돼지고기 증가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수입돼지고기 증가와 소비가 큰 영향을 미쳤다. 돼지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돼지고기 도매가격 하락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미 돼지고기 수입물량은 국내 유통물량의 30%를 넘어섰다. 수입 돼지고기는 국산에 비해 가격이 싸다보니 가공품 원료육 시장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가성비를 앞세운 무한리필 고깃집의 증가는 물론 젊은층에서 불고 있는 스페인산 돼지고기인 이베리코 열풍도 국내 돼지고기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여기에 장기간 경기침체에 따른 외식소비 둔화, 윤창호법 시행 등의 영향을 받은 직장인 회식 감소 등도 돼지고기 소비 감소로 직결됐다. 이런 상황에 ASF까지 발생해 공급량이 급증하니 가격 폭락은 당연한 결과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발생된 가격 폭락이지만 이번 기회에 국내 양돈업계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농민과 정부가 힘을 합쳐 생산비를 낮추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국축산농가의 생산성은 네덜란드, 덴마크, 미국 등 축산 강국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정부가 수입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양돈농가의 생산성은 물론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컨설팅과 시설개선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수입 돼지고기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입품이 국내산으로 둔갑 판매되지 않도록 단속의 고삐도 죄어야 한다. 관련업계는 산지가격이 소비자에게 체감되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빠르게 변하는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제품, 요리법 개발 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돼지고기 값 폭락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기 위해선 생산업계, 관련단체, 정부 등의 합심된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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