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한국당, 過하면 역풍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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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9   |  발행일 2019-10-19 제23면   |  수정 2020-09-08

자유한국당이 ‘포스트 조국’ 정국에 고심하는 듯하다. 한국당을 기사회생 시킨 ‘조국’을 오랫동안 ‘마사지’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겠지만, 정국의 핵심 이슈는 급격히 옮겨가는 양상이다. 아직까지는 지난 유혹과 새 이슈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발을 걸친 모양새다. 그러나 단맛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면 입에 쓴 약을 먹어야 하는 사달이 생긴다. ‘과하면 역풍 맞는다’는 건 변함없는 경험칙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 감이 바로 조국사태다.

오늘(19일) 광화문 집회만 해도 그렇다. 조국사태가 사퇴로 일단락 된만큼 이제 정치력을 회복해 국회에서 민생을 챙기라는 것이 국민 다수의 요구다. 조국사태 66일간 다급한 경제 살리기와 민생 돌보기가 실종됐지 않았던가. 광장의 거친 언어와 거짓 선동, 광장에 밀려난 정치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장외에서의 극한 세력 대결에 국민 걱정이 컸다. 그런데 한국당은 장외집회를 계속 이어갈 태세다. 앞서 가는 민심과는 거리감이 있다. 이 같은 장외집회가 계속되면 국민이 어떤 평가를 내릴 지 우려된다. 당협별로 300~400명씩 동원하고 인증사진까지 요구한 공문이 폭로된 터라 벌써 좋은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슈 대응도 만만하지 않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검찰 개혁, 선거법 개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으로 정치적 이슈가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한국당에 좋은 신호로 읽히지 않는다. 민주당과 다른 야당이 다소의 이견이 있지만 이들 쟁점에 기본적으로 공조하고 있다. 자칫 정치적으로 고립될 수 있는 구도다. 여론에서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 한국당으로서는 태세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론과 다른 정당에 맞서 장외에서 계속 반대만 하다가는 돌아오던 민심이 언제 떠날 지 모른다. 새로운 정치적 어젠다를 제시해야 할 시기다. 경제살리기와 민생, 북 비핵화와 미·일 관계 회복, 그리고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등 한국당이 선점할 이슈가 적잖다. 그렇게 하려면 광장에서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2019년 ‘광장’은 보수에 매우 매력적인 의미를 던졌다. 거리는 항상 진보의 것이었는데, 거리에서도 결코 진보에 밀리지 않는다는 새로운 자신감을 준 것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취해 있어선 안 된다. 화(禍)는 언제나 복(福)의 옷을 입고 온다. 광장이 안겨준 행운은 양날의 검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 과잉은 교만을 부르고 국민은 교만에 항상 철퇴를 내렸다. “한국당, 반성에 쉼 없는 정당이 될 것”이란 황교안 대표의 말은 지금에 딱 맞는 실천강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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