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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영의 시중세론] ‘90년생’ 코호트에게 대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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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8


구직활동·결혼·육아지원 등

대구 청년러브콜 정책 신선

전국적 관심 대상으로 주목

청년에 희망의 도시되려면

대구시민의 지지·합의 필요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인생의 ‘리즈시절’에 즐겨 들었던 노래와 좋아하던 가수가 같은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같은 코호트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코호트는 고대 로마의 군대를 구성하는 단위를 말한다. 군대의 각 단위는 함께 훈련하고 전투를 겪으며 동질성을 갖게 되고 진한 전우애를 형성한다. 군대동기가 주는 편안함을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잘 안다. 코호트는 이제 인구학의 전문용어가 되었다. 일정한 시기를 살면서 특정한 사건을 함께 경험한 사람의 집단을 말한다. 예컨대, 단발머리와 빡빡머리의 교복세대와 두발과 교복이 자유화된 세대, 배가 볼록하고 뚱뚱한 흑백 TV세대와 커브드 LED 벽걸이 TV세대, 자고나면 일자리가 생기던 시대의 청년과 청년실업·신용불량이 넘치는 ‘청년실신’ 시대의 청년은 동시대를 살지만 경험은 다른 코호트들이다.

특정 코호트는 문화의 트렌드를 공유하며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보인다. 우리 사회는 이미 베이비부머, 386세대, X세대, Y세대, 88만원세대, N포세대를 경험했다. 여성에게는 ‘82년생 김지영’ 세대라는 코호트도 가능할 것 같다.

지금은 90년대생이라는 코호트가 시대의 대세다. 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겪은 스마트폰과 ‘전킥’이라고 부르는 전동 킥보드 등 문화적·사회적 경험은 선후배집단과 구별된다. 90년생들은 9급 공무원을 로망으로 간직한다. 로망의 실현을 위해 공무원학원에서 새벽반 수업을 듣는 명문대 학생들이 즐비하다. 길고 복잡한 것보다 짧고 단순한 걸 좋아하고, 주변 일들은 재미있는 ‘꿀잼’이나 ‘개꿀잼’과 재미없는 ‘노잼’으로 양분하며, 불편함을 못 참는 ‘불편러’들의 활약을 통해 기성의 질서에 도전한다.

그렇다고 ‘90년생’ 청년에게 포부가 작고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탓을 하면 여지없이 고리타분한 ‘꼰대’가 된다. 청년들에게 게으르고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잔소리를 해서 꼰대로 불리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는 것이 싫고, 90년생들이 꼰대 근처에서 놀고 싶어하지 않아서 걱정이다. 얼마 전 대구시의회가 마련한 ‘청년친화도시 대구만들기’에서도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의 하나가 보수적이고 경직된 사회문화라고 지적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위기는 청년인구감소 문제인데 꼰대문화로 인해서 90년생이 대구를 떠나면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다행히 소를 키울 걱정은 덜 해도 될 것 같다. 청년들을 잡기 위한 대구의 청년 러브콜 정책들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청년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건 딱 세 가지다. 일자리, 주거와 결혼, 그리고 문화공간.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세태에서 대구시가 지원하는 청년의 일자리 구직 활동이나 주거와 결혼 및 육아지원, 청년예술가 육성과 힙합페스티벌과 같은 문화아이콘 축제는 이제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90년생 청년들이 모여 청년축제를 기획하고, 청년수당에 대하여 정책을 제안하는 시스템은 신선하다. 골목경제를 통해 지역에서 청년의 살길을 고민하고, 대구시의 청년지원 기관과 정책을 평가한다.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네트워크를 통한 대구형 청년보장제는 전국의 수십 개 기관들이 벤치마킹하는 모범사례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90년생 청년 의제가 단지 대구시의 정책 대상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민감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청년들에게 대구가 희망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로서 이들을 품어야 한다. 대구시민의 청년의제에 대해 확고한 관심과 지지를 합의문서로 채택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일종의 사회적 합의로서 (가칭)‘대구청년도시공동체협약’을 통해 청년들이 도시의 미래라는 ‘소’를 키울 수 있도록 대구도시공동체의 인적 그리고 물적 자원을 최우선 분배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 대구청년도시협약은 우리가 이미 경험한 산아제한정책의 단시안적 정책추진이 아니라 정책목표의 장기성과 청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개방성이 전략적 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외국 속담이 있다. 대구의 90년대생 코호트를 키우기 위해서 대구 공동체 전체가 관심과 돌봄을 제공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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