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병폐 ‘보은·회전문 인사’ 이참에 뿌리뽑아야”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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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8 07:44  |  수정 2019-10-18 07:44  |  발행일 2019-10-18 제3면
대구 문화계 기관·단체 수장 대거 교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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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문화예술계 수장들의 대거 임기 만료로 인한 공모를 앞두고 지역 문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문화재단, 수성문화재단 범어도서관, 동구문화재단이 있는 아양아트센터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지역 문화예술계 수장들의 임기가 연이어 만료되는 데 따른 이례적인 ‘공모 잔치’에 지역 문화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심사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특정인 내정설도 불거지고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기관·단체장을 돌아가며 맡는 ‘회전문 인사’ 관행과 관련한 ‘인사 퍼즐 맞추기설’도 퍼지고 있다. 지역 문화기관 수장이 대거 바뀌는 이 시기에 줄세우기 등의 부적절한 인사 행태가 반복된다면 지역 문화계의 경쟁력과 성장 동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지역 문화계의 고질적 인사 병폐를 극복하고 상식적 기준과 잣대에 부합하는 적임자를 선정해 대구 문화 발전을 이끄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공모 전부터 단체장 측근 내정설 나돌아
‘정치적 발탁’ 되풀이땐 공정성 또 도마에
“전문성·열정·애향심 등이 자격기준 돼야”
새 인물 선발 문화계 인재 확충 목소리도


◆정치적으로 활용…공정성 문제도 여전

문화재단 상임이사 공모를 진행 중인 중구의 경우, 공모 전부터 기초지자체장의 선거를 도운 측근이 상임이사에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지역 문화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동구는 구청장 입맛에 맞는 특정인 내정설이 언론과 지역 문화계의 입방아에 오르자 이를 유야무야 덮어버린 전력도 있다.

이처럼 지역 문화계 수장 자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화·행정적 역량보다는 단체장 선거에 도움을 준 측근에 대한 ‘보은 인사’ 자리로 활용되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선임되는 등 원칙없는 인사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재단과 공연장이 지자체장의 정치 홍보 행사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쓴소리마저 들린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대구시 산하 기관은 그나마 덜한데 구·군 단위 재단의 경우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지명도 있는 문화계 인사들은 괜히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이미지 손상만 입기 때문에 지원을 꺼린다. 이는 지역 문화행정 인재 양성의 걸림돌이 되고 지역의 문화 다양성 및 수준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줄세우기 인사, 편가르기 인사도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이로 인한 공정성 문제도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이는 인사위원 선정과도 관련 있다. 인사위원은 통상 해당 기관과 지자체, 의회에서 추천하는 5~7명으로 구성된다. 이때 기관 추천자는 그 기관의 이사회와 관련되다 보니 전문성보다는 이사회와 코드가 맞아야 선임 가능성이 높아진다.

◆말 많은 회전문 인사… 지역 인재 양성 시급

‘회전문 인사’도 지역 문화계 인사에서 짚어봐야 할 관행이다. 지역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젊은층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보수적 성향과 회전문 인사로 인해 50대 관리자급 인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이번 기관장 인사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선발해 지역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지인들이 편견없이 지역 문화계를 바라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지역의 문화단체장을 선임했다 중도 사퇴하고 떠나는 등 나쁜 선례가 많았던 터라 외지인 발탁에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 굳이 음악·미술 등 특정분야의 문화계 인사를 고집하기보다는 문화에 조예가 깊은 경영인 등 각 기관에 적합한 전문성에 맞춰 인력풀을 넓혀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의 한 음악인은 “특정 예술 분야의 장기 집권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장기 집권자의 친소 관계로 되레 지역 문화계를 편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편가르기를 버리고 실력과 소통으로 지역예술인과 협업해 지역 문화를 발전시킬 인물이 선발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지역 문화계의 한 원로도 “문화계 수장 공모를 앞두고 내 사람 심기, 줄세우기 등의 단어가 나오는 현 상황이 너무 씁쓸하다”면서 “문화기관의 수장은 전문성, 열정, 애향심을 자격 기준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전문성은 재정자립도, 국제적 감각, 예술 경영, 행정력 등으로 기관별 적재적소의 인물이 조금씩 다르다. 후진적인 문화계 인사 관행을 뜯어고치고 새로 거듭나야 대구가 문화도시로 한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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