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동탈춤축제 정체성 찾아야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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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7   |  발행일 2019-10-17 제30면   |  수정 2019-10-17
[취재수첩] 안동탈춤축제 정체성 찾아야
피재윤기자<경북본사>

해를 거듭할수록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는 아마도 조금씩 정체성을 잃어가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안동민속축제와 함께 열리는 덕에 탈을 주제로 한 ‘가장 한국적인 축제’로 정평 나 있다. 한꺼번에 1만여명이 운집하는 ‘폐막식 대동난장’은 ‘조선 나이트’ ‘탈 나이트’라는 신조어로 SNS 등에서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현장에서 보면 가슴이 벅찰 정도다. 축제장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대동난장’을 스페인 토마토 축제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이라 치켜세운다. ‘세계인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 수 있는 대단한 콘텐츠’라고도 하는데 지방 중소도시의 수많은 축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그 덕에 폐막식 대동난장을 손꼽아 기다리는 관객도 늘고 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정체불명의 공연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슬그머니 축제의 ‘골든타임’까지 점령하고 있다. 이들 공연은 모두 윗선(?) 지시로 프로그램이 구성되기도 전 이미 ‘골든타임 공연’으로 정해진다고 한다. 축제 종사자가 개발한 다른 좋은 콘텐츠가 골든타임 때 주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 출처 불명의 프로그램 중 상당수가 초등생 학예회 발표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체성 없는 공연이 축제의 질마저 추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102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 중 외국인 관람객은 6만여명으로 지난해보다도 1만명 이상 늘었다. 전체 관람객의 5~6%가 외국인인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가장 한국적인 축제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꼽았다. 20여 년 전 한국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안동을 찾았고, 지난 5월에는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안동을 찾아 한국의 매력에 감탄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에서 열리는 가장 한국적인 축제가 바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매력이다. 축제에는 대동난장뿐 아니라 축제장 곳곳을 누비는 ‘탈놀이단’도 있다. 이들은 탈춤축제의 정체성을 알리고 지키는 청년이다. 커버댄스만 추는 청년이 아니다. ‘미스터 허도령’ 등 이야기가 있고 창작 댄스와 퍼포먼스 등 4~5가지의 탈춤축제와 관련된 콘셉트를 갖고 있다. 입고 있는 의상 한 올 한 올에도 의미를 담아 자체 제작할 정도로 열정적인 청년이다. 그러나 개막식 외에는 주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없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탈이라는 콘텐츠로 축제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팀도 많다. 다만 선보일 무대가 없을 뿐이다. 축제가 끝나고 나오는 평가는 고스란히 축제재단 종사자의 몫이다. 축제 시작 전부터 윗선의 관여와 관심이 되레 축제의 정체성마저 위협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혹평은 누가 듣게 되는 것일까. 정작 축제 종사자는 ‘일 좀 하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라도 잃어버린 축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구성부터 모든 것을 축제 종사자에게 맡겨뒀으면 한다. 대한민국 대표축제, 글로벌축제를 만들기 위해 축제재단을 꾸렸으면 그들을 믿고, 그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간섭 말고 오히려 지지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피재윤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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