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돼지열병 확산 방지, 초동대응이 중요

  • 논설실
  • |
  • 입력 2019-09-18   |  발행일 2019-09-18 제31면   |  수정 2020-09-08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경기도 파주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해 해당 농장을 포함해 인근 지역 돼지 3천950마리를 살처분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6일 오후 파주 양돈농가에서 어미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있었고, 7일 오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폐사축 시료를 정밀 검사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으로 확진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폐사율 100%의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이다.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리며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잔반의 양돈농가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또 17일 오전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양돈농가와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경기도에서 타 시·도로의 돼지 반출을 일주일간 금지하고 전국 6천300여 양돈농가에 대해 일제 소독을 실시하며, 돼지열병 의심증상 발현 여부 등 예찰활동도 강화한다.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만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건 재앙이다. 지금으로선 철저한 초동대응만이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발병 지역 인근에 대해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깐깐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2011년의 구제역 악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6개월간 전국에서 300만마리의 돼지와 소를 살처분했다. 축산농가 피해액과 방역 등에 투입된 정부예산이 3조원을 넘었다. 구제역은 치사율이 50% 정도이고 백신을 통한 예방이 가능한데도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초동대응에 실패한 탓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걸리면 끝장이다. 구제역처럼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효과적인 초동대응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입 경로 및 발병 원인을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 파주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접경지대를 거쳤다면 매개체인 야생 멧돼지를 양돈농가에서 차단하는 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파주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곤 하나 대구경북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경기도 돼지가 단 한 마리도 유입되지 않게 미리 방호벽을 단단히 쳐야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