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누룽지탕

  • 이은경
  • |
  • 입력 2019-09-18   |  발행일 2019-09-18 제30면   |  수정 2020-09-08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누룽지탕
누룽지탕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던 학동들이 “하늘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딸딸 긁어서 훈장님은 한그릇, 나는 두그릇”하면서 뛰어 놀았다. 누룽지는 과자가 없던 시절에 아이들의 귀한 간식거리였으며 지금의 장년층에게는 추억의 상징이기도 하다. 누룽지를 먹기 시작한 때는 구들이 만들어 퍼지기 시작한 고려시대로 추정한다.

누룽지는 보통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누룽지를 애용하고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지역은 물론 유럽쪽에서도 누룽지를 애용하는 나라가 많으니 가히 세계적인 음식이라 볼 수 있다. 중국에는 ‘궈봐’, 일본에는 ‘오코케’, 베트남에서는 ‘꼼짜이’라는 누룽지 음식이 있고, 인도네시아에는 ‘렝기낭’이라는 이름의 누룽지를 먹고 있다. 쌀 요리가 발달한 스페인에서도 해물볶음밥인 ‘빠에야’를 만들 때 생기는 ‘소카라트’가 일종의 누룽지다.

중국 청나라 황제 건륭제가 신분을 숨기고 장쑤성 쑤저우 일대를 시찰하다 식사 때를 놓치고, 준비한 음식도 없어 인근 농가를 찾아가 먹을 것을 구하였으나, 이 집도 형편이 넉넉지 못해 먹을 것이 없었지만 변복을 한 황제 일행이 불쌍해 보였는지 안주인이 집안에 들어오게 해 솥에 남아있는 누룽지를 야채국물에 데워서 황제 일행에게 주었다. 뜨거운 누룽지에 더운 야채 국물을 부으니 ‘타다닥’ 소리가 나면서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확 풍기니 배가 고팠던 황제의 식욕을 자극했다.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은 황제는 “땅에서 한바탕 천둥소리가 나더니 천하제일의 요리가 나왔네”라고 글씨를 써서 답례로 건네주었다.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누룽지탕
<전통음식전문가>

누룽지 요리는 청나라 초기 때부터 생겼다고 전해 내려온다. 청나라 건륭제 때 학자 ‘원매’가 저술한 ‘수원식단’에 누룽지 요리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종이처럼 얇게 만든 누룽지를 기름에 재어 구운 후 설탕 가루를 뿌려먹으면 바삭바삭한 것이 맛이 있다. 금릉인이 제일 잘 만든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금릉은 지금의 장쑤성 난징의 옛 이름이다. 누룽지 요리가 난징을 중심으로 발달했음을 엿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고, 넘어가더라도 위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고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는 열격에 효과적이다” “여러해가 된 누룽지를 강물에 달여서 아무 때나 마신다”고 기록되어 있다. 누룽지는 옛날에 군것질에 굶주린 어린 아이에게는 소중한 간식거리였으며, 과거를 떠나거나 먼길을 떠날 때, 꼭 필요한 비상식량으로도 역할을 했다. 옛날 사난의 상징이던 누룽지가 현대인의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누룽지 맛을 더한 과자나 사탕이 인기를 얻고 있고, 누룽지 백숙 등 요리로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전통음식전문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