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이기주의와 지역우선주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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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8   |  발행일 2019-09-18 제29면   |  수정 2020-09-08
[기고] 지역이기주의와 지역우선주의

‘내로남불’이라는 희화적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서 따온 이 말은 특정한 언행에 대한 각자만의 ‘자기편들기’다. 자칫 ‘지역이기주의’와 ‘지역우선주의’도 해석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면 의미하는 뜻에 다른 해석이 붙는 꼴이다.

필자의 경우 대구지역 광고업계에서 일한 지 올해가 21년째다. 시쳇말로 촌놈이지만 그동안 수도권회사들과 경쟁을 통해 성장해 왔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이름은 들어봤다”는 평가가 위안이 되곤 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회사매출액의 70%는 역외 현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구지역 분양시장에서 역외건설사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하는 걸 보면 힘이 쭉 빠진다.

기업의 경쟁력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장경제측면에서만 보면 얘깃거리조차 안된다. 그러나 현상을 좀 더 세분해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역외건설사들의 수학공식에는 ‘지역업체= 실력이 없다’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 같아 안타깝다. 지역업체라는 이유로 참여기회에서 배제되고, 그나마 찾아 온 기회도 공정한 평가로 일감을 수주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대구에서 민간부문 분양현장은 60곳이었다. 그중 15곳은 지역 건설사들이 공급했고, 나머지 45곳은 역외 건설사들이다. 이 가운데 지역광고회사가 참여한 현장은 17곳으로 38%에 미치지 못한다. 단순히 숫자상으로는 나쁘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참여현장의 업무영역을 보면 광고업무 전반이 아니라 매체대행이라는 극히 일부분만 참여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수주금액대로 환산해 보면 실질적인 수주금액은 10%대도 안된다.

대부분의 역외 건설사들이 지역에서 분양을 준비하면서 지역상생을 위한 노력은 외면한 채 기존 수도권 위주 자사협력업체들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여론을 의식해 극히 일부만 지역업체에 발주하는 요식행위만 벌인다. 비단 광고업계뿐만 아니라 타 업종에서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지역이기주의는 자기폐쇄성과 이기성에 기초하지만 ‘지역우선주의(local fist)’는 지역공동체의 공생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지역 분양시장에서 역외건설사 지역상생 외면에 대해서는 대구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주택분양사업은 ‘선 분양 후 시공’ 제도로 인해 사업승인과 분양, 건축공사 및 준공단계로 크게 나눠진다. 건축공사와 관련해 지역공사업체 선정과 수주비율에 대해서는 대구시가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하지만 분양시기와 관련해 지역업체 상생을 위한 이해와 행정은 아쉽다. 이 시기에 관련된 분야도 광고홍보·분양대행·견본주택시공·법무 등 많은 지역업체가 연관되어 있고 파급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분양시기 광고홍보 분야만 하더라도 제작·인쇄·각종매체·사인광고 등 보통 60~80곳의 협력업체와 함께 진행한다. 분양대행의 경우 지역인력 채용비율이 높으며, 견본주택 시공분야도 다양한 지역 협력업체와 함께한다.

역외건설사의 자기협력업체 편중은 단순 업체선정의 문제를 넘어 관련된 많은 업체들의 일감도 외부로 유출되는 파급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시는 2014년에도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바 있고, 일정기간 지역업체 상생을 위한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성과에 머물지 않으려면 제도적 장치와 정책의 지속성에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물론 지역업계의 자기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정부의 지역우선주의 의지와 말 그대로 적극적인 행정을 대구시에 요구한다.

지역인재들은 지역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인재양성과 경쟁력으로 지역기업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여 글로컬 기업의 메카(고향)가 우리 대구가 되는 희망을 ‘지역우선주의’에 담아본다.

최종태 (대구경북광고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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