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방문 선그은 트럼프 “실무협상 성과가 우선”

  • 입력 2019-09-18 07:55  |  수정 2019-09-18 07:55  |  발행일 2019-09-18 제14면
“아직 준비 안돼 언젠가는 갈 것”
시기상조 피력…北 비핵화 압박
“성과물 없다” 비판 여론 의식
美 만족할 결과 얻어내는데 주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항간에서 제기된 평양 방문에 대해서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평양 방문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달 하순 미국과 협상 재개 의향을 밝히고 미국도 긍정적 반응을 보여 비핵화 실무협상이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어느 시점에는 방문을 할 것이라며 가능성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북한에 초청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과)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도 “나는 그에 대해 언급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에 기꺼이 갈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아마도 아니다(Probably not)"라며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정상 간 회동보다는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통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는 의미가 담겼을 수도 있다.

미국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가닥을 잡은 뒤 정상 간 회동을 하는 ‘선 실무협상, 후 정상회담’을 수순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갖는 상징성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평양 방문은 70년간 이어진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정상화를 알리는 사건이자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어 이에 걸맞은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미국 내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거나, 판문점 회동 때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북한 땅을 잠시 밟은 것을 놓고도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 채 정상국가로 인정해준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내년 11월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구체적 성과가 담보되지 않은 채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모험이자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3차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접어들 경우 회담 장소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면서도 “나는 어느 시점에, 나중 어느 시점에 그것(평양 방문)을 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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