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70대 두 남녀가 사는 세상

  • 조경희 시민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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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8   |  발행일 2019-09-18 제12면   |  수정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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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한 옷과 장구가 가득한 세탁소 쪽방에서 장구를 치며 소리를 하는 황생금씨.

산전수전 겪다 운명처럼 만난 민요…“소리 시작 후 인생풍파 줄어”

소리인생 28년 달성군 황생금씨
남편은 장애1급…본인도 사고당해
42세에 민요접하고 명창에게 배워
제자 30여명 가르치며 보람 찾아


“내가 이렇게 소리를 좋아하는데…. 하늘이 재주를 주려거든 조건이라도 함께 줬으면 한을 다 풀어냈을텐데…. 다음 생에 태어나면 결혼도 안 하고 평생 소리만 할랍니다.”

황생금씨(70·대구 달성군)는 남편이 운영하는 세탁소의 쪽방에서 장구채를 들고 제자에게 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못 다한 한을 풀어내려는 듯 장구채를 드는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창부타령·청춘가·각설이타령을 이어서 부르는 황씨의 소리에는 한이 녹아 있었다.

황씨가 민요를 처음 접한 건 42세 때 농협 주부대학에서다. 마치 운명처럼 빠져들었다. 하지만 여건이 주어지지 않아 몇 번이나 그만두었다가 다시 배우러 가기를 수 차례.

드문드문 배운 민요이지만 황씨의 실력은 남달랐다. 스승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하고 공연도 다닐 만큼 인정 받았다. 그렇게 2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황씨는 “중학교도 겨우 나왔다. 뭣도 모르고 경기민요가 좋아서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남도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심 봉사가 봉사 잔치에서 눈뜨는 대목, 흥부가 배가 고파 형님한테 빌리러 가는 대목, 각설이 타령 등 판소리 완창은 아니지만 가지고 놀 수 있는 단가 정도만 배웠다. 항상 시간에 쫓겨 다 배울 수가 없었던 게 아쉬웠다”고 회고했다.

그의 소리에 한이 배어 있는 것은 젊은 시절 삶과 무관치 않다. 그의 남편은 장애 1급이다. 남편을 보살피려면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 의료보험도 없던 시절이라 병원비는 힘에 부쳤다. 불운은 겹쳐 온다 했던가. 나이 서른둘에 세를 얻어 방앗간을 차렸지만 얼마 되지 않아 손가락(검지)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게 됐다. 고통과 스트레스로 몸에 마비까지 왔다. 그는 “8개월 만에 겨우 일어났지만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남편이 황씨의 주머니를 뒤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황씨는 “몸이 꼬챙이처럼 말라갔다. 무속인이 될 팔자라는 소리도 들었다. 멀쩡하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예언’ 같은 말을 던지기도 했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방앗간, 화장품 외판원, 세탁소까지 황씨의 젊은 시절 10년은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시간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민요를 만나면서 황씨의 풍파도 잦아들었다.

아이들 공부시키고 남에게 돈 꾸러 다니지 않아도 될 만하다 싶었을 때 무형문화재 보유자 이춘희 선생을 만나 전수하는 행운을 안았다. 또 이은자 선생(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으로부터 민요를 배우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주변에선 그의 소리가 배워서라기보다 즉흥적으로 나온다고 얘기한다. 황씨는 목을 위해서 대춧물 한 번 먹은 적 없다고도 했다. 지금 목에 혹이 5개나 있지만 소리를 하기 위해 수술을 하지 않고 있다. 황씨는 “전통은 전통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민요를 하는 사람은 장구에, 소리에 자기 소리의 개성이 살아 나와야 한다. 소리는 장구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365일 장애인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게 힘들어 우울증까지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남편이 벽에 전신 거울을 달아 꾸며준 세탁소 쪽방에서 소리와 장구를 배우러 찾아오는 30여 명의 제자에게 소리를 가르치며 보람을 찾고 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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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복장과 표정으로 공연 중인 김부승씨. <김부승씨 제공>

50여년 출판일 하다 IMF때 웃음전도의 길…“웃는 게 최고의 보약”

복지관 등 3천여곳 봉사 김부승씨
자격증 28개에 유명인 성대모사도
강연스타로‘한국을빛낸…’봉사賞
“내 건강나이는 30대…웃음이 비결”


팔방 만능 재주꾼인 김부승 웃음전도사(75·대구 수성구 범어동)는 ‘웃음’이 최고의 보약이라고 말한다. 김 웃음전도사는 일흔 중반이지만 여전히 활기차게 전국을 다니며 봉사를 하고, 돈도 벌면서 젊음을 과시하고 있다.

입대하기 전 출판업에 종사하다가 군 복무를 마친 후 다시 출판업을 시작해 50여년 동안 출판사를 경영했다.

IMF 외환위기로 힘들 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나도 웃고 남도 웃겨주는 웃음 치료 전문 강사의 길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한 발은 사업에 걸쳐 놓고, 웃음을 전파하는 웃음 전도사의 길에 푹 빠졌다. 어릴 때부터 타고난 끼를 발산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했다. 2005년부터 전국의 요양원과 요양병원, 경로당, 복지관 등에서 봉사를 했다.

그는 지금까지 3천곳이 넘는 곳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기립박수를 받게 된 밑받침에는 타고난 입담에 공인중개사, 한문 1급, 한식·양식 조리사 등 28개의 자격증을 소지할 만큼 끊임없는 배움과 노력의 결과라고 했다.

그는 만능 재주꾼이다. 이승만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 김종필 총재 등 수많은 사람의 성대모사를 하는 달인이다. 또 가수, 마술사, 웃음 만담 원맨쇼 등 다재다능한 실버 스타 웃음 강사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45년 동안 매일 일기를 쓰고 있으며, 자료 없이도 2시간 이상 열강할 수 있는 지식에다 강인한 체력까지 갖추고 있다. 2014년에는 대한민국신문기자협회 및 언론인연합협의회 등이 주관한 ‘한국 사회를 빛낸 사람들’ 봉사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나이는 30대 후반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많이 웃고, 영양식으로 식사를 잘 챙겨 먹고, 충분히 자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힘들어진 요즘, 난관을 헤쳐나가려면 마음을 내려놓고 억지로라도 많이 웃고 어려움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의지와 도전 정신을 가지고 현실을 직시해 나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웃음전도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웃음을 주고 싶고, 병마와 절망 속에 살아가는 노인들에게는 잠시나마 웃음을 전파하는 데 남은 일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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