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독일 ‘녹색단추’인증이 던지는 질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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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7   |  발행일 2019-09-17 제31면   |  수정 2020-09-08
[CEO 칼럼] 독일 ‘녹색단추’인증이 던지는 질문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지난 9일부터 독일에서는 공정무역 국가인증 ‘녹색단추’제도가 시행되었다. 녹색단추는 공정하게 생산된 섬유상품에 대한 국가인증표식이다. 소비자들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정하게 생산’되었다고 인증된 의류, 백팩, 침구류 등의 상품에서 이 표식을 발견할 수 있다. 더 많은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여러 번 미뤄진 끝에 시행된 것으로, 이미 많은 우수기업들이 동참한다는 소식이다.

녹색단추의 인증기준은 국가가 정한 46개의 노동권보호 및 환경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인증표식이 부착된 상품은 사회적으로 공정한 가치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가치를 생산과정속에 녹아낸 상품임이 객관적으로 보증된다. 인증은 기업단위가 아닌, 기업의 개별품목단위로 인증되고 3년간 유효하다. 2021년 7월까지 유효한 이번 녹색단추 인증영역은 섬유산업 중 봉제, 재단, 염색, 표백 영역이다.

사회적기준의 핵심은 노동권 보호이다. 최저임금 지급, 초과시간수당 지급, 차별금지, 아동노동과 강제노동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특히 안전복 착용, 깨끗한 물공급, 화재예방 등의 안전과 건강관리지침은 필수적으로 지켜야 한다. 사회적 기준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섬유제품 제조관련 영역이라면 환경적 기준은 염색, 표백 등의 섬유가공 관련 영역이다. 오폐수기준 준수 및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는 최저기준의 준수가 핵심이다. 이런 윤리적 기준의 준수에 관심있는 총 70여개의 기업이 인증신청을 했고 그 중 27개 기업이 통과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회적가치 실현에 대한 의지이자 지향의 천명이다. 이러한 가치지향은 섬유가공제품 생산의 전과정에 걸쳐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가치를 잘 이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이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불공정한 노동분업의 현실에 대한 뒤늦은 기업적 책임의 실천이다. 전 세계적으로 6천만명 이상이 섬유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특히 제3세계 등에서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하에 일하고 있다. 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의류공장이 무너지면서 1천여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하고 2천5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각성의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잘나가는’ 선진국 패션상품 생산과정에서의 비인간적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선진국의 거대패션업체들은 제3세계에 싼 생산라인을 만들어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저비용 대량생산시스템을 구축했고, 제3세계 노동자들은 하루 3달러도 안되는 임금에 목매어 유해한 환경 속에서 14~16시간의 노동을 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라나플라자 공장이 붕괴되었을 때도 좁은 공간에 빼곡히 앉아 일하다가 도망가지도 못하고 처참하게 변을 당한 것이었다. 선진국의 ‘효용성’ 계산의 최악의 결과였다.

이미 이러한 반성적 흐름은 2000년 이후 UN글로벌콤팩트나 유럽연합에서도 시작되었다. 사회적가치 실현을 하는 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때, 생산공급체인 과정에서의 사회적·환경적기준의 준수여부를 결정적 기준으로 삼아 유도하고 있다. 이제 독일은 한단계 더 나아간다. 독일은 개별국가 단위에서 ‘정당한 노동과 정당한 보수’라는 원칙 하에 공공조달시장이 아닌 일반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내면서 제3세계와의 합리적 공생을 도모하고자 행동으로 옮겼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가치 실현은 대세다. 이러한 사회적가치 실현은 기업들만의 몫은 아니다. 사회가 같이 동참해야 한다. 이번 녹색단추 인증을 받은 상품 중 ‘청바지’의 경우 가격은 기존 출시된 청바지와 비교해 가격이 1유로(약 1천200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유통과정의 힘을 뺀 결과다. 실제 제3세계 현지 노동자임금을 적법한 최저임금수준으로 올린다고 해도 독일소비자는 1유로만 추가부담하면 가능하다는 거다. “누가,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이 상품을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뚝심있는 정부와 지혜로운 시민의 윤리적 선택이 지구촌 불평등을 줄이는 공존의 길로 나서고 있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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