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전 구해요” 청소년 전자담배 온라인 암거래 확산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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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7  |  수정 2019-09-17 07:25  |  발행일 2019-09-17 제6면
은어 사용 탓 단어 필터링 불가
개인간거래는 신분증 필요없어
법적 한계 때문 단속은 쉽지않아
작년 청소년흡연 1년새 0.3%증가

액상 전자담배로부터 청소년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에 구멍이 뚫렸다. 청소년들이 SNS나 중고장터 등을 통해 손쉽게 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청소년 흡연율 상승이라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액상전자담배로는 미국산 제품인 ‘쥴(JUUL)’과 KT&G의‘릴 베이퍼’ 등이 있다. 현행법상 담배의 온라인상 중고거래는 금지돼 있다. 담배소매인 신청을 한 후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담배를 판매할 수 있고, 모든 종류의 담배는 개인 간의 중고거래를 할 수 없다. 또 니코틴 액상과 같은 유해 약물을 청소년에게 제공할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고, 전자거래나 우편을 통한 담배 매매 역시 불법이다.

하지만 단속이 실효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거래가 암암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적발 자체도 힘들뿐더러, 은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법 게시물로 걸러내는 것도 어렵다. 16일 페이스북 상에는 “사용한 지 2주된 액상 담배를 판매합니다. 문의는 메시지로 해주세요”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같은 날 국내 최대 중고거래 카페에도 “새 액상담배를 사기 위해 판다. 매장에서 사는 것의 4분의 1 가격으로 가져가세요” “담전(전자담배의 은어) 6만원” 등의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었다.

인터넷 거래는 주로 판매자의 아이디로 구매자가 구매 의향을 보이는 쪽지를 보내면, 판매자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는 등의 방법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오픈 채팅방’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날 영남일보 취재진이 한 게시물에 적힌 오픈 채팅방 주소에 접속해 거래를 시도하자 거래 과정에서 나이를 증명할 신분증은 필요없었다. 판매자는 택배를 부칠 주소나 직거래를 위해 만날 장소만 물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담배 구입이 불가능한 19세 미만 청소년이라도 인터넷 상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판매자가 거래과정에서 구매자의 나이 입증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거래인지라 미성년자가 성인 신분증 한장만 구해도 얼마든지 구매가 가능하다. 성인 인증 자체가 필요한 전자담배 정식 온라인 몰과는 다른 개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청소년에 대한 신종 액상 전자담배 판매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편의점 등에서 청소년에게 판매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조치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는 단속이 가능해도 온라인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둘이서 접촉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상 한계점도 지적한다. 이성규 한국금연관리센터장은 “현행 담배사업법 2조에는 담배를 연초(燃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나 일부로 제조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업자들은 자사 제품에는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담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경우 중고거래가 돼도 불법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규제에 있어 이런 법상 한계도 작용하므로 이 부분 역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액상 전자담배 노출은 청소년 흡연율 급상승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쥴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2015년 5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액상 전자담배 브랜드 쥴은 출시 2년 만에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만큼 인기가 높았다. 특히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쥴링(Juuling·쥴 담배를 피운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16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고, 같은 기간 중학생 전자담배 흡연율도 3.3%에서 4.9%로 상승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현재흡연율(최근 30일 동안 1일 이상 흡연한 사람의 비율)은 2017년보다 0.3% 증가한 6.7%(남자 9.4%, 여자 3.7%)였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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